여봉례 라움그린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조경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여봉례 라움그린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조경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외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취미였던 꽃꽂이를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어 남편에게 종잣돈을 받아 꽃집을 차렸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독일 유학을 가게 됐고, 조경사업에까지 뛰어들었습니다.”

전업주부로 살던 여봉례 라움그린 대표는 마흔아홉 살이던 1999년 창업했다. 시작은 꽃가게였다. 장미꽃다발에서 안개꽃을 뺀, 당시에는 파격적인 유럽식 꽃 연출로 인기를 끌었고 2호점을 냈다. 내친김에 사업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실내외 조경과 화예 인테리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2008년 조경업체 (주)라움그린을 설립했다. 직원 11명에 내년 매출 1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라움그린은 ‘녹색 공간’이라는 뜻이다.

○디자인 가미한 조경

꽃집을 운영하던 여 대표는 한 아파트 실내조경 공사를 우연히 맡았다. 꽃다발 만드는 것보다 조경이 몇 배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는 조경으로 사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룬베그르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뒤 ‘플로리스트 마이스터’(국가공인 자격)를 땄다. 돌아와서는 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조경 관련 면허도 땄다.

라움그린의 차별화 전략은 식물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디자인을 가미한 조경’이었다. 조경업에 뛰어든 2008년만 해도 조경은 그저 나무 몇 그루 심는 정도였다. 라움그린은 구로구 교통섬 미화작업을 시작으로 도봉구 창포원, 상암동 하늘공원, 상도동 근린공원, 홍익대 캠퍼스 조성공사, 제주도 오션스타 콘도 등 전국의 크고 작은 조경 공사를 수주했다. 매출도 빠르게 늘어 조경사업 초창기인 2009년 7600만원에서 올해 60억원을 기록했다.

○“‘경단녀’로 주저앉지 마세요”

여 대표는 “주택건설사업을 한 부친을 어릴 적 옆에서 지켜봤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식물을 싼 비닐종이 한 장조차 씻어 다시 쓰는 알뜰한 태도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여 대표는 “현장에 일손이 부족하면 내가 직접 삽을 들고 땅을 팠다”며 “라움그린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장도 맡고 있다. “남들은 어떻게 사업을 하나 궁금해 협회에 들어간 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 대표는 ‘경단녀(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혼여성들이 가정에 주저앉지 말고 용기를 갖고 나처럼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금은 女成시대 새해부터 바뀝니다

지난해 10월29일부터 매주 화요일 게재해온 ‘지금은 女成(여성성공)시대’ 기사 내용을 내년 초 바꿉니다. 여성기업인 한 사람을 집중 인터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이미 창업한 초년병 기업인 등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고 조언하는 대화방’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창업에 대한 고민이나 성공 노하우,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진로 등에 대해 상담을 원하는 분은 womanceo@hankyung.com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중소기업부로 전화(02-360-4321) 주십시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