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수북조(南水北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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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20여년 전, 영천댐을 세워 그 물을 포항으로 보냈을 때 작은 물분쟁이 있었다. 가뜩이나 하상계수가 높은 천정천인 금호강의 수량이 확 줄어들자 영천~대구의 하류지역에서 들고일어난 것이다. 포스코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하는 하루 1000만원 물값으로 지역지원 방안까지 나왔으나 소용없었다.
영천댐 북쪽에 저수량이 6배나 되는 임하댐이 건설되고서야 갈등은 대충 봉합됐다. 임하댐 물을 영천댐으로 보내는 53㎞의 수로까지 완공됐던 것이다. 낙동강 물이 중계댐에서 금호강 물과 섞여 포항으로 가면서 작은 물전쟁이 해소됐다. 물론 빗물을 가둬쓰고, 1만5000명이 상주하는 제철소의 460여개소 화장실·목욕장의 오수 재활용시스템도 돌린 포스코의 물 아껴쓰기도 돋보였다. 아무튼 다목적댐 건설로 ‘윈윈’한 경우다.
물길을 새로 내 도시를 진화시키고 산업을 발전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댐이 아니었다면 사막의 불야성 라스베이거스는 불가능했다. 한국 기업 동아건설이 시공한 리비아의 대수로도 기념비적 대역사다. 직경 4m 수도관 4000㎞로 사하라사막을 관통한다는 게 카다피식 철권이 아니고서는 애초 시도도 어려웠을 것이다. 물길을 내면서 인류는 점차 생활 한계를 극복해왔다.
경제가 발전해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물 사용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단지 식수만이 아니라 목욕·세탁에다 오락·산업시설까지 돌려야 한다. 전기사용량만큼이나 경제활동에 비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주말 양쯔강물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중국이 떠들썩했다. 창장(長江)의 물이 보름간 1200㎞를 달려가 소위 ‘남수북조(南水北調)’가 실현됐다. 물이 부족해진 2000만 베이징 사람들은 연간 50㎥씩 더 쓰게 됐지만 양쯔강 유역에선 앞으로 뭐라 할지 주목된다. 일정시기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은 양쯔강의 수질을 나쁘게 할 것이다. 양쯔강 유역의 물 사용량도 만만찮게 증가할 텐데 갈수기에 가만히 있을지….
중국의 물길내기는 이력이 있다. 수대부터 대운하를 팠다. 다만 중국운하 하면 중국을 좀 안다는 이들까지 ‘물자유통’ ‘수로교통의 동맥’ 운운하며 틀에 박힌 얘기를 꺼내는 건 유감이다. 화베이(華北)를 장악한 베이징 쪽 권력이 주도한 남쪽 지역의 물산수탈 통로이기도 했다고 봐야 한다. 보완책이 없다면 현대식 물길 변경도 그렇다. 한쪽에선 축복이겠지만 한쪽에선 삶의 터전의 공유 아닌가. 물과 강의 활용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다. 갈등의 역사냐, 협력의 역사냐 그게 관건이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영천댐 북쪽에 저수량이 6배나 되는 임하댐이 건설되고서야 갈등은 대충 봉합됐다. 임하댐 물을 영천댐으로 보내는 53㎞의 수로까지 완공됐던 것이다. 낙동강 물이 중계댐에서 금호강 물과 섞여 포항으로 가면서 작은 물전쟁이 해소됐다. 물론 빗물을 가둬쓰고, 1만5000명이 상주하는 제철소의 460여개소 화장실·목욕장의 오수 재활용시스템도 돌린 포스코의 물 아껴쓰기도 돋보였다. 아무튼 다목적댐 건설로 ‘윈윈’한 경우다.
물길을 새로 내 도시를 진화시키고 산업을 발전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댐이 아니었다면 사막의 불야성 라스베이거스는 불가능했다. 한국 기업 동아건설이 시공한 리비아의 대수로도 기념비적 대역사다. 직경 4m 수도관 4000㎞로 사하라사막을 관통한다는 게 카다피식 철권이 아니고서는 애초 시도도 어려웠을 것이다. 물길을 내면서 인류는 점차 생활 한계를 극복해왔다.
경제가 발전해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물 사용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단지 식수만이 아니라 목욕·세탁에다 오락·산업시설까지 돌려야 한다. 전기사용량만큼이나 경제활동에 비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주말 양쯔강물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중국이 떠들썩했다. 창장(長江)의 물이 보름간 1200㎞를 달려가 소위 ‘남수북조(南水北調)’가 실현됐다. 물이 부족해진 2000만 베이징 사람들은 연간 50㎥씩 더 쓰게 됐지만 양쯔강 유역에선 앞으로 뭐라 할지 주목된다. 일정시기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은 양쯔강의 수질을 나쁘게 할 것이다. 양쯔강 유역의 물 사용량도 만만찮게 증가할 텐데 갈수기에 가만히 있을지….
중국의 물길내기는 이력이 있다. 수대부터 대운하를 팠다. 다만 중국운하 하면 중국을 좀 안다는 이들까지 ‘물자유통’ ‘수로교통의 동맥’ 운운하며 틀에 박힌 얘기를 꺼내는 건 유감이다. 화베이(華北)를 장악한 베이징 쪽 권력이 주도한 남쪽 지역의 물산수탈 통로이기도 했다고 봐야 한다. 보완책이 없다면 현대식 물길 변경도 그렇다. 한쪽에선 축복이겠지만 한쪽에선 삶의 터전의 공유 아닌가. 물과 강의 활용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다. 갈등의 역사냐, 협력의 역사냐 그게 관건이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