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1월 중 남북 당국자 대화를 하자고 북측에 제의하고 있다. 왼쪽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1월 중 남북 당국자 대화를 하자고 북측에 제의하고 있다. 왼쪽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통일준비위원회 정부 측 부위원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준비위원회의 내년도 정책을 발표하면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내년 1월께 남북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회담이 열린다면 북측에 내년 설날 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제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 “저와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이 서울이나 평양 등 남북이 상호 합의한 장소에서 북측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북측이 대화에 응하면 류 장관은 직접 회담 수석대표를 맡을 계획이다.

통준위는 내년에 △남북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전사업과 광복 70주년 기념 남북축구대회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서신·영상편지 교환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공동 조사 △북한 주민 생활·인프라 개선 등 개발 협력 △통일시대를 위한 법률 정비 △나진·하산 등 남북 경협 등 6개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류 장관은 “광복 70년이 되는 내년은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통준위의 활동을 북측에 설명하고 함께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통일 준비’라는 의제에 걸맞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말에 이런 제의를 한 것은 집권 3년차인 내년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한발 앞서 능동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을 넘기면 정권 말기가 되고 그러면 ‘통일대박론’을 실현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이 호응하면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회담이 성사되면 과거 남북 고위급 회담의 주요 틀이었던 장관급 회담이 부활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준위와 북한 통일전선부라는 새로운 ‘통통 라인’ 간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자’고 제의한 것은 북한이 바라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제재 조치(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발효된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만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돼야 5·24 조치를 풀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 올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고 줄곧 비난해왔다. 북한 실세 3인방(황병서, 최용해, 김양건)의 지난 10월 방남 당시 합의한 남북 간 고위급 접촉도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막혀 있다. 다만 영화 ‘인터뷰’ 문제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돼 남측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24일 개성공단에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 희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