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만성 뇌혈류 순환장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뇌 지도’(사진)를 완성했다. 뇌경색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표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는 29일 동국대 일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전국 11개 대학병원과 함께 제작한 ‘한국인 허혈(虛血) 뇌 지도’를 발표했다.

뇌졸중은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의 질환이다. 뇌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허혈이 많이 생기면 마비, 언어장애, 뇌경색 등이 올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후 만성 허혈 뇌손상이 발견되면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없다’ ‘조금 있다’ ‘많다’ ‘아주 많다’ 등으로만 구분해 의사의 맞춤형 치료가 어렵고 환자들도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뇌 지도는 허혈로 인한 만성 뇌손상의 심각성을 등급화한 표준 자료다. 자신의 만성 허혈성 뇌손상이 국내 뇌경색 환자 ‘100명 중 몇 번째’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2011년부터 10개월간 전국 11개 대학병원에 처음 생긴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2699명을 분석해 지도를 제작했다. 분석에만 약 5년이 걸렸다. 단순 등급뿐만 아니라 연령대별 표준을 만들어 자신의 뇌 건강나이가 얼마인지 추정해볼 수도 있다.

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장은 “허혈 뇌 지도를 제작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한국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해 국내 환자의 뇌졸중을 진료하는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 지도는 한국인 뇌 MR영상 데이터센터 홈페이지(brainmr.com)를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한 병·의원을 대상으로 진료실에 비치할 수 있도록 참조표준 도판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뇌졸중학회 학술지 ‘스트로크(Stroke)’ 12월호에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