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고려대, 한국대학의 표준 되도록 만들 것"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59·사진)가 19대 고려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최종 총장 후보에 오른 염 교수, 최광식 한국사학과 교수, 이두희 경영학과 교수 등 3명의 학교발전계획을 평가한 뒤 염 교수를 19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차기 총장으로 선출된 염 교수는 내년 3월1일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계사, 문명사적인 격변기인 오늘날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외국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다”며 “고려대가 미래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과거의 지사형 총장과 최근 들어 주를 이루고 있는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의 장점만을 계승하겠다”며 “고려대가 한국 대학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학교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2002년 대선후보 토론회 사회자와 여러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과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행정조직 업무혁신·평가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지난 2월 그가 단장으로 취임한 뒤 이뤄진 첫 공공기관경영평가에서 평가기관 117곳 중 30곳에 낙제점(D, E등급)을 주고, A등급을 대폭 줄여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염 교수는 네 번째 도전 만에 총장직에 올랐다. 당초 그동안 두 차례나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되고도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행정대외부총장과 국제교육원장, 기획예산처장 등 학교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학교 행정에 밝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번 총장 선출 당시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이던 장하성 교수가 사퇴하는 논란 속에서도 선출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보인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염 교수는 이번 선출 과정에서 △연구부총장제·연구기획본부 신설을 통한 연구 역량 강화 △인재발굴처를 통한 초·중·고교생 대상 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 △1년 3학기제를 허용하는 유연학기제 도입을 통한 학생과 교수의 대외활동 강화 △우수 교원의 지속적 확충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서울시 산·학·연협력포럼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과학기술계와 쌓은 인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형 연구과제 수주에 총장이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