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식구 감싸기 급급한 외교부
“규정보다 까다롭게 예산집행 내역서를 작성하다가 발생한 실수입니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서를 조작해 부서 회식비로 사용한 외교부 공무원 6명에 대해 외교부가 30일 내놓은 해명이다. 해당 외교부 직원들은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이날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외부 기관 사람들과 식사했다고 거짓 문서를 꾸민 혐의를 받았다. 이렇게 타낸 금액은 2011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약 3년간 1300여만원. 회식비가 정당한 업무추진비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돈이 아니다. 관련자들은 약 60차례에 걸쳐 가짜 서류를 작성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직원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두둔했다. 사용 내역서에 참석자 명단을 일일이 쓰지 않아도 되는데, 규정을 잘 알지 못한 직원들이 억지로 끼워 맞추다가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부처는 예산집행 내역을 공문서로 쓰지 않고 백지에 쓰거나 영수증 사본만 붙인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경우 공관 및 부서별로 예산 사용내역 증빙서류를 내면 본부가 관리감독하는 모범기관인데 불필요한 서류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는 항변이다.

그동안 제출할 필요가 없는 허위 서류들이 비일비재하게 작성되고 있는데도 외교부 내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외교부에서 일하던 사회복무요원의 고발이 없었다면 이 같은 관행은 계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으로 외교부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내부관리 시스템의 허점도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외교부의 태도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유별난 공익요원을 받은 해당 부서가 운이 나빴다”거나 “앞으로는 적발되지 않도록 공문을 두루뭉술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외교부는 이번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직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내부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처벌이 외교부 특유의 분위기에서는 형식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외교부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철옹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잘못했다면 변명하기보다 인정하고 바로 잡는 게 먼저다.

전예진 정치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