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더불어 잘살아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해요.”

박미형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박 소장은 지난 27일 에볼라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니에 한 달 일정으로 출장을 떠났다. IOM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니 지역 곳곳에 ‘에머전시 오퍼레이션 센터’를 세워 운영하는 일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IOM이 하는 큰일 중 하나가 주민 소개(疏開), 의료지원 등 재난관리”라며 “에볼라라는 재앙에 우선 대처하고, 차후 질병 창궐 등에 기니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1951년 설립된 IOM은 현재 156개 회원국이 가입해 있고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1988년 가입한 한국은 1999년 서울사무소를 열었고 사무소는 2007년 대표부로 승격됐다. 모든 형태의 이주민(노동 결혼 난민 등)을 각국 정부 예산을 받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기구다. 박 소장은 지난해 7월 부임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박 소장은 미 매사추세츠주 스미스여대에서 정치행정학을, 대학원에서 국제보건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아프리카 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귀국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잠시 일하다 2007년 ‘사마리탄즈퍼스’에 들어갔다.

사마리탄즈퍼스는 월드비전 창업자 밥 피어스 목사가 만든 또 다른 국제구호단체다. 이후 우간다를 ‘베이스캠프’로 남수단 등 아프리카 각국을 돌며 5년간 봉사를 했다. “한 외신 기자가 ‘우간다는 세계에서 피가 가장 많이 섞인 나라, 한국은 단일 민족성이 가장 강한 나라인데 극과 극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을 건넨 게 기억에 남아요. 어떤 차원이든 이주 이슈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하고 굉장히 흥미롭고, 또 할 일이 많아요.” 이주민 이슈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IOM의 유엔 산하 정식 편입이 검토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지난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 앞 광장 한편에서 1주일간 ‘이주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일부 이주민의 잔혹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두드러져 보일 뿐 이주민 범죄율 자체가 높은 건 아니다”며 “이주민 전체의 이미지로 비화될 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