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30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 모임을 열었다. 왼쪽부터 홍문종 김태환 유기준 서청원 이주영 서상기 의원. 연합뉴스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30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 모임을 열었다. 왼쪽부터 홍문종 김태환 유기준 서청원 이주영 서상기 의원. 연합뉴스
새누리당 내에 잠재한 친박근혜계(친박)와 비박근혜계(비박)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들이 공공연히 김무성 대표 체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친박 의원들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3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겸 송년 모임을 열었다. 이날 모임에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유기준, 홍문종, 윤상현, 서상기, 김태환, 이주영 의원 등 35명가량이 참석했다. 같은 시간 김 대표는 인근 식당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송년 기자간담회를 했다.

친박 모임에서는 당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유기준 의원은 인사말에서 “(일부 계파가)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갈 길이 먼 정부와 여당 앞날에 발목을 잡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인사 전횡을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7·14 전당대회 때 당 대표 득표율은 29%였는데 당 대표는 지금 92%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존재감 있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존재감 있는 여당 대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대표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다. 내년엔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주면 좋겠다”고 김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친박 모임에서 나온 비판을 전해 들은 김 대표는 “대표 취임 뒤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사당화(私黨化)냐”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정치한 지 30년인데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가 제일 큰 권력을 발휘하는 게 공천인데,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뭐 할 말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비주류였던 김 대표가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을 꺾고 당권을 잡으면서 당내 주류였던 친박 세력이 급속히 약해졌지만 최근 들어 김 대표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로 청와대에서 서 의원 등 일부 친박 핵심 의원들이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가 다시 세 결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6개 지역 조직위원장 선정과 관련, “전부 여론조사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내년 4월 실시되는 3개 지역구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공천도 100% 지역 주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내년 1월 안에 조기 공천해 빨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