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완성한 MK의 中 '서부공정'…'글로벌 톱3' 넘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서부 진출의 꿈을 현대차 4, 5공장 ‘동시 착공’이라는 절묘한 카드로 풀어냈다. 연산 30만대 공장을 동·서부에 동시에 지음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서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묘수’를 쓴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생산 능력을 2018년까지 270만대로 늘려 중국 내 3위뿐 아니라 글로벌 톱3로 도약한다는 장기 전략을 가시화했다.

◆시장 점유율 10% 유지 전략

3년만에 완성한 MK의 中 '서부공정'…'글로벌 톱3' 넘본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서부지역 공략을 위해 3년 전부터 충칭 4공장을 추진했다. 허베이 공장은 후순위였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광역개발 정책으로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공장을 동시 착공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허베이 공장 카드를 씀으로써 서부 진출 시기를 앞당기고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평가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195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국 베이징 1~3공장 105만대, 기아차 옌청(鹽城) 1~3공장 74만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쓰촨성 상용차공장이 17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2018년까지 27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매년 200만대씩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10%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대씩 생산 또는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허베이 선착공으로 中 중앙정부 배려

현대차는 중앙정부를 배려해 허베이 공장 ‘선(先)착공’ 카드를 썼다. 허베이 공장은 내년 2분기 착공한다. 2016년부터 20만대 규모로 생산에 들어가 2018년까지 30만대로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허베이 공장은 베이징 공장과 200㎞밖에 안 떨어져 있어 기존 부품 협력업체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차의 부품 물류기지가 있는 톈진항과도 가까워 기존 거점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칭 공장은 허베이 공장 착공 직후인 3분기에 공사에 들어간다. 200만㎡ 부지에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엔진공장이 27.4만㎡ 규모로 건립된다. 2017년 상반기부터 중소형 차량 및 중국용 전략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옌청에 있는 둥펑위에다기아 3공장 생산 규모를 30만대에서 45만대로 늘리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최근 3~4년간 증설이 없어 우려가 많았는데 중국 4, 5공장 동시 착공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며 “기아차도 충칭 쪽에 30만~40만대 규모의 4공장 신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과 선두 경쟁 기반 마련

중국 승용차 시장은 2016년 2000만대를 넘어서고 2018년엔 2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시장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신공장 건설과 신차 개발을 위해 182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2017년 439만대, 2018년 500만대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GM도 2017년까지 12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규모를 29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신규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도 앞으로 멕시코 미국 등에서 지속적으로 공장을 늘려 2020년께 1000만대 생산 체제로 갈 것”이라며 “문제는 생산 능력보다는 친환경·자율주행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강현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