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화 허브' 경쟁 가세…'후지야마본드' 발행 허용
일본이 자국 내 중국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중국 위안화 허브’ 경쟁에 가세했다. 일본 내 위안화 거래를 늘려 도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일본 내 위안화채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내년 1월 중순께 재무성, 금융청, 일본은행 등 정부 기관과 미쓰비시UFJ를 포함한 3대 은행, 노무라증권 등 민간 금융회사들이 모여 일본 내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위안화표시채권의 명칭은 일본을 대표하는 후지산에서 따온 ‘후지야마본드’ 등이 후보에 오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 내에서도 위안화표시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 내에서 위안화표시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따르면 역외시장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액은 올 들어 11월까지 5438억위안(약 95조899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3830억위안)보다 42%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달 말 역외시장의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잔액은 7240억위안으로 불어났다.

일본 내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이 가능해지면 주로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본 금융회사와 자동차리스회사 등이 채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조달이 쉬워지면서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봤다. 일본 내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이 일본 내 위안화채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금융당국에 일본 기관투자가를 위안화적격기관투자가(RQFII)로 지정해 중국 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 기관투자가가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받게 되면 일본 내 개인투자자를 위한 위안화 금융상품 개발과 판매가 쉬워진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정치·외교적으로 마찰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지난달 양국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상호 협력을 위한 합동작업반 설치 검토에 합의한 만큼 RQFII제도 운용 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와 역외 위안화시장 활성화를 위해 위안화 직거래를 확대하고 역외시장에서 위안화의 청산결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국 중앙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은행 간 위안화 거래를 집중 결제하는 결제은행 설치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