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러시아의 지난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잇따른 금융 안정화 조치로 진정됐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유가와 정치·외교 등 모든 변수가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경제부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지난 11월 GDP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5%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9년 10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로써 러시아의 올 1~11월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쳤다.

러시아의 성장률은 기업 투자 감소 등으로 작년부터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올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서방 국가가 러시아 은행,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유가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세도 가팔라졌다.

다급해진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은행권에 대한 외화 유동성 공급, 자국 기업의 해외 채무상환 자금 긴급지원 등을 결정하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 경제부의 11월 GDP 발표 이후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전일 대비 5.4% 떨어진 달러당 57.1루블에 거래됐다. 상반기에는 30루블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FT는 이런 추세라면 러시아의 내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피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가가 평균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머문다면 내년 성장률이 -4.5%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