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방은행의 지하금고에서 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은행에 맡긴 금을 속속 본국으로 가져가면서 한때 6600t에 달했던 금 보관량이 5000t대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외국 중앙은행이 맡겨 뉴욕 연방은행에 보관 중인 금의 달러화 가치(1973년 정한 온스당 42.29달러 고정가격 기준)가 지난달 말 81억8400만달러로 전달보다 64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시장 가격으로 환산하면 17억달러, 실제 금의 양을 기준으로 하면 47t에 달한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최대 감소량이다. 지난 10월 42t 감소에 이어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금 보관량이 줄면서 뉴욕 연방은행이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전체 금의 규모는 올해 156t 감소해 6029t으로 떨어졌다.

외국 중앙은행이 미국에 위탁 보관한 금은 뉴욕 연방은행에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금 보유량과 별개다.

영국 중앙은행과 함께 대표적인 세계 금 보관소 역할을 하고 있는 뉴욕 연방은행의 금 보관량은 2006년 6600t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9년 6200t으로 급감했다. 이후 큰 변동 없이 유지되다 올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금을 인출한 중앙은행이 어디인지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네덜란드는 10월 해외에 맡긴 122t의 금을 본국으로 환수했다고 발표해 지난달 뉴욕 연방은행의 금보유량 감소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추가로 금을 인출해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벨기에와 호주 중앙은행을 지목하고 있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직접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주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호주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의 자국 내 보관량을 늘려 화폐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