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고 기준 180억달러, 도착 기준 120억달러 선이다. 그동안 제주 등의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이던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문화 콘텐츠와 제조업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한 덕분이다.
中 덕분에…외국인 직접투자 '사상 최대'
정부 관계자는 31일 “올해(2014년)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신고 기준과 도착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며 “특히 도착 기준 금액은 지난 외환위기 때(1999년)보다도 많았다”고 밝혔다.

FDI는 주식 매입 등 간접투자를 제외하고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기존 사업체 인수를 통해 들어온 해외 투자를 일컫는다. 지식재산권과 부동산 매입 등도 포함된다. 신고 기준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정부에 밝힌 것이고, 도착 기준은 실제로 들어온 금액을 의미한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신고 기준 FDI는 180억달러 안팎, 도착 기준으로는 120억달러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연간 목표액인 170억달러(신고 기준)를 무난하게 넘어선 수치다. 지금까지 신고 기준 최고치는 162억달러를 기록한 2012년이었고, 도착 기준은 110억달러를 기록한 1999년이었다.

2012년의 경우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고 원화가치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큰 폭으로 늘었으며 1999년엔 외환위기 발생 이후 원화가치 급락 속에 기업과 빌딩 등 대형 자산들이 대거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지난해 FD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의 대(對)한국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고 기준으로 지난해 1~9월 중국은 10억3000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230.4% 급증한 규모다.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을 포함하면 30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에 대한 중국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에 몰렸지만 지난해부터는 문화 콘텐츠 분야로 다변화되면서 총 투자금액도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3월 중국 3대 포털업체인 텐센트는 CJ E&M의 게임개발 자회사인 CJ게임즈에 53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휴대폰 부품·소재 등 제조업 분야에 대한 FDI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9월 제조업 FDI는 6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1.4% 늘었다.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개선한 것도 도움이 됐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임대료 혜택을 받는 단지형 외국인 투자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최소 외국인 투자금액, 공장건축 면적 기준을 종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올 들어서도 외국인들의 직접투자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FDI로 신고된 금액 가운데 인허가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고 한·중 FTA 타결 효과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예를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미국의 코닝은 충남 아산시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이달 중순께 세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코닝은 또 9000억여원을 들여 일본에 있는 제조공장도 아산으로 옮기기 시작해 2018년까지 완공하기로 결정했다.

김재후/심성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