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12지(支)의 여덟 번째 동물로 시각은 오후 1~3시, 달(月)로는 6월, 방향은 남남서를 가리킨다. 낙랑, 삼국,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각종 문화재에서 볼 수 있는 양의 모습은 위기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와 멋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 양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1만여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구약성서에도 양이 나오고, 삼국시대에는 양을 나라 사이에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사람과 인연이 오랜 만큼 양가죽은 장갑·구두 등으로, 양털은 옷감으로 애용돼 왔다.

한국 사람들에게 양은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이다. 양이라고 하면 곧바로 평화를 떠올리는 것처럼 성격이 온화해 좀처럼 싸우지 않는다. 성경에서 양 이야기는 500번 이상 나온다. 기독교 문화에서 양은 선량한 사람이나 성직자를 상징했고 소나 말에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동양에서는 천성이 약해 해로움을 끼칠 줄 모르고 인내심 강한 동물로 통한다.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옳음(義) 등을 뜻하는 한자에 양(羊)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양띠 해에 태어난 아이, 특히 딸은 사랑을 많이 받는다. 양띠 여자는 착하고 순종적이며 인내심이 있어서 인기가 많았다. ‘양띠 며느리는 딸을 낳아도 구박받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초야에 있던 시절 양 꿈을 꾸었는데 무학대사는 이를 임금이 될 꿈으로 해석한 일화도 있다. 양 양(羊)에서 위의 두 귀와 아래의 꼬리를 떼면 임금 왕(王)이기 때문이다. 보통 양 꿈 해몽은 희생, 재물, 종교인, 선량한 사람 등으로 해석한다. 목축 민족에게 양은 재산의 척도이자 제단에 바치는 희생물이었고, 양의 성품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양은 갔던 길로 반드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성격도 갖고 있다. 양띠 사람은 양처럼 정직하고 정의로워서 부정을 못 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