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에 나타난 양의 모습. 양은 동양 문화에서 유순하고 인내심 강하며 상서로운 동물로 통하고, 서양 기독교 문화에선 선량한 사람이나 성직자를 상징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에 나타난 양의 모습. 양은 동양 문화에서 유순하고 인내심 강하며 상서로운 동물로 통하고, 서양 기독교 문화에선 선량한 사람이나 성직자를 상징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을(乙)은 음목(陰木)이며 두 번째 천간으로서 넝쿨과 화초, 바람, 부드러움, 의존성, 바로 세움 등을 상징하는 오행이다. 乙이란 글자는 초목의 어린 싹이 구불거리며 자라나는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성품이 지나칠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인(仁)하다. 그렇지만 을목은 경(庚)이라고 하는 강한 양금(陽金)과 합화(合化)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합치면 금(金)이 되는데 그 합을 ‘인의지합(仁義之合)’이라고 한다. 이로써 을목은 숙살(肅殺)의 기운을 머금은 금(金), 즉 심판 살상 억압 정화(淨化) 변혁 등을 상징하는 금 기운을 내함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보면 올해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운 일에 직면할 것 같고, 견디기 힘든 고통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이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국운은 지정학적으로 이웃한 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과의 협력관계에 경색 국면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또한 을미년은 미토(未土)가 금고와 무기고를 상징하는 축토(丑土)와 충돌해 남북 간 또는 북·미 간의 국지전도 예상되는 해다. 1895년에 일어난 을미사변과 1235년 몽고군의 제3차 고려 침략 개시는 많은 참고가 된다.

[역학으로 본 2015] 동트기 직전 어둠…正道 지키며 상생 추구하면 國運 상승
그러면서도 을미년은 ‘주역’ 하경(下經)의 두 번째 괘인 뇌풍항(雷風恒)에 해당하는 해다. 이 괘는 우레와 바람이 함께하고, 성숙한 남녀가 결혼하고 가도(家道)를 바로 세우는 원리를 통해 치자가 만인을 교화하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끈기 있게 정도(正道)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통일은 남북이 결혼하는 일이다.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마음을 비우고 자신과 다른 의견도 용납할 줄 아는 겸허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천둥과 바람은 서로 맞부딪치면서도 서로 돕는다’는 뇌풍항괘가 주는 메시지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을미년은 천간인 을목(乙木)이 지지인 미토(未土)를 극(剋)하여 명리학적으로 편재(偏財)가 되는 해다. 편재는 말 그대로 편법에 의해 취득하는 재화와 부적절한 남녀관계 같은 것을 가리킨다. 편재가 추구하는 것은 허황한 일확천금과 끝을 모르는 주색잡기다. 편재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불러오고 황금만능주의라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어낸다.

그 영향으로 을미년에는 생산적인 사업보다는 비생산적인 사업, 예컨대 증권, 무역, 부동산 투기, 광산, 명품 사업, 사채업, 임대업, 유흥업, 관광업 등과 관련된 사업이 활기를 띨 것 같다. 권력과 결탁한 사기나 비리 내지 음모가 판을 치고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고착화돼 불신과 증오가 만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정치판도 이념이나 명분보다는 실리·실용을 추구하는 노선을 지향할 것이다.

2015년 을미년은 양(羊)의 해다. 이 양은 어린 암양이다. 양은 십이지지의 여덟 번째 오는 동물로서 음력 6월, 오후 1~3시, 남서방(南西方), 음토(陰土), 조토(燥土·물기를 함유하지 않은 土), 중앙, 바람, 어두움, 모든 음식물의 맛 등을 표상한다. 그 성정은 신의, 성실, 끈기, 인내, 순종, 중재, 근검, 희생, 통일, 포용, 계승, 사려, 성숙, 고지식함 등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을미년 대한민국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격이 한 단계 높아지고, 통일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미토(未土)는 화기(火氣)가 수렴돼 이뤄진 토(土)로서 결실을 위해 중재하고 매개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미토는 다른 토와는 달리 화(火)와 금(金)이 서로 상극하면서 상생하는 이치를 주체적으로 구현해낸다. 이렇게 보면 을미년에는 충청도에 기반을 두고 미토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부드러운 기질의 정치인이 출현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을 것 같다. 또한 미토의 특성과 관계가 있는 업종, 즉 중재나 매개 및 상담·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나 건설 토목, 석재 가공, 주류업, 의약업 등이 활성화되고 또 그 분야에서 큰 돈을 버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뿐만 아니라 2015년은 역학적으로 한국을 상징하는 갑목(甲木)이 고장지(庫藏地), 즉 감옥에 갇히는 형국이 되고, 흉살 중 최고의 흉살인 백호대살(白虎大殺)에 해당하는 해다. 이를 통해서 2015년에는 국내외적으로 예기치 못한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빨라질 수 있고 사회 기강은 더욱 이완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운은 대통령의 운을 따라간다. 올해 박 대통령의 운은 매우 좋다. 박 대통령에게 을미년은 정관(正官)이 되고, 명리학에서 최고 길신(吉神)이며 온갖 재앙을 소멸시킨다고 하는 천을귀인(天乙貴人)의 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이다. 운이 길하다고 흉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고, 또 운이 흉하다고 길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운과 노력이 하나로 연결될 때, 흉운 또한 길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2015년의 국운은 ‘동트기 전의 캄캄한 어둠’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어려운 현실임에도 상승의 흐름 속에 놓여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이를 대승적 차원에서 지혜롭게 활용해 국정에 반영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송인창 < 대전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