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27일 그룹 전략경영실 임직원과 관악산 정상에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박 회장은 1월 말까지 전 계열사 임직원과 릴레이 산행에 나설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27일 그룹 전략경영실 임직원과 관악산 정상에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박 회장은 1월 말까지 전 계열사 임직원과 릴레이 산행에 나설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0)이 특별한 새해 맞이에 나섰다. 1월 말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계열사 임직원과 함께 ‘릴레이 산행’을 하기로 했다. 5년간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애쓴 임직원을 격려하고 새해에도 심기일전하자는 뜻을 다지기 위한 산행이다.

박 회장은 지난 27일 그룹 전략경영실 임직원 80명과 함께 서울 관악산에 오르며 릴레이 산행을 시작했다. 1월엔 3일 금호고속, 4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과 서울 근교 산에 오를 예정이다. 또 10일과 11일, 17일과 18일, 24일과 25일에도 다른 계열사 임직원과의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매 주말 산행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팀장급 이상 간부, 신입사원들이 동참한다. 자발적으로 산행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일반 직원들이 적지않아 박 회장이 이번 릴레이 산행을 통해 만나는 임직원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내다봤다. 그룹 관계자는 “예년에도 박 회장은 연말연초에 계열사 임직원과 함께 산행을 했지만, 올해는 여느 때보다 뜻 깊은 산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2의 창업’을 내걸고 추진했던 그룹 경영정상화 노력이 최근 빛을 봤다는 점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고 지난 5년간 박 회장 주도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나항공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주력 계열사들이 경영을 정상화하며 제2의 창업에 본격 나섰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1월 채권단으로부터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을 승인받았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보유 지분(57.5%)을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한 뒤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2월 초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지난 23일에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완전 정상화를 위해 노사 갈등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6000억원, 영업이익 27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11.2% 증가하는 등 좋은 경영성과를 냈다.

박 회장은 한 달간의 릴레이 산행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임직원을 격려할 예정이다. 그는 27일 그룹 전략경영실 임직원과의 산행에서는 “그동안 (고난의 시간을) 참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또 “2015년은 우리에게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데 만족하지 말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잘해보자”고 당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매번 산행에서 지난해 경영 정상화의 초석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가 많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주력 계열사의 실적을 꾸준히 개선하고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을 되사와야 그룹 재건이 완료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년 초 실시하던 사장단·임원 인사를 올해는 2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각사 경영진이 워크아웃 졸업 등 좋은 성과를 낸 데다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주력 계열사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