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적 평등주의 迷信에서 벗어나라
지금 한국 경제는 장기 성장정체와 경제 하향평준화 속에 부문 간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 중산층 축소에 따른 소득분배의 악화, 가계부채 증가 등 각종 구조적 경제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구조적 문제는, 좋은 성과는 폄하하고 나쁜 결과는 우대하는 평등주의 정책패러다임 때문이다.

경제번영의 원천은 무엇인가. 나쁜 결과보다 좋은 성과를 보상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경제적 차별화’가 모두를 번영으로 이끈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압력이 번영의 전제조건이다. 경제적 평등이 보장되는 순간 경제는 번영을 멈춰버린다. 사회주의의 몰락이 그러했다.

시장의 주체인 우리 모두는 개인의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부터 신상필벌이란 선택의 칼을 들고 스스로 돕는 주체만을 선택하는 경제 불평등 창조에 나선다. 경제적 불평등의 압력이 가장 강력한 성장과 발전의 유인이다. 신상필벌 제도를 정착시키는 경제는 성장과 발전의 유인을 창출할 수 있지만 역으로 신상필벌을 역행하거나 무시하는 경제제도는 반드시 경제정체를 가져온다. 스스로 노력해 흥하는 경제주체가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는 경제적으로 희망이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 열심히 노력해 성과가 좋으면 사회로부터 더 대접을 받아야 성장과 발전의 유인이 충만해지고 경제의 성장 동력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 법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어디서 연유하는가. 먼저 ‘한강의 기적’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자. 개발연대에는 국가가 항상 수출 우수기업을 우대해 지원하면 이들 기업이 수출수익을 그대로 국내로 환원해 내수투자에 나서고, 이것이 나아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한 수요증대, 서비스업 수요증대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도 개선되고 온 경제가 수출 하나로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행복 경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수출에 대한 총력지원이 국내 경제의 동반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에는 수출은 열심히 지원하면서도 경제력집중 청산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균형발전이니, 지역균형발전이니 하며 대기업 투자규제, 수도권 규제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반(反)신상필벌 규제가 만연되면서 수출 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게 됐다. 이 모든 규제정책이 소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에 따라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투자가 정체·감소하면서 그동안 수출과 내수 간 동반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차단되고,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정체 등 온갖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는 좋은 성과는 폄하하고 나쁜 결과를 우대하는 ‘평등주의 정책 패러다임’이 성장과 발전의 동기를 앗아간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신상필벌의 시장기능에 역행해 성과에 관계없이 평등이 보장되는 순간 개인과 기업의 성장동기는 사라지며, 성장이 정체하면 일자리 창출은 안 되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는 심화된다. 또 경제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와 사회정책도 그들 스스로의 자조노력과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의 인센티브 차별화가 없으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성장과 발전의 동기가 사라진 경제에는 제아무리 기상천외한 단기 거시경제 활성화 정책을 쓴다고 해도 백약이 무효일 뿐이다. 좋은 성과를 역(逆)차별하는 규제는 누가 뭐래도 정치적 규제에 불과하다. 이런 규제를 철폐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지 못하는 한 성장의 유인과 동기가 약화된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다.

좌승희 <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jwa474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