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해가 밝았다. 양은 온순과 평화의 상징이다. 풀이 부족하면 각종 식물의 뿌리까지 캐 먹을 정도의 강인함과 부지런함도 갖췄다. 새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양의 강인함과 부지런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계 돌파를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한 근로자의 결연한 눈빛에서 다시 도전에 나서는 한국 경제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 당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양띠해가 밝았다. 양은 온순과 평화의 상징이다. 풀이 부족하면 각종 식물의 뿌리까지 캐 먹을 정도의 강인함과 부지런함도 갖췄다. 새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양의 강인함과 부지런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계 돌파를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한 근로자의 결연한 눈빛에서 다시 도전에 나서는 한국 경제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 당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을미년(乙未年) 새해다.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는 청양띠 새해다. 새해는 설레게 마련이다. 올해는 아니다. 왠지 불안하고, 뭔가 답답하다는 사람이 많다.

세계 경제는 힘이 빠져 있다. 엔저(低), 강(强)달러, 저(低)유가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변수 투성이다. 국내 기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애써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그러다 보니 “금리 물가 성장 투자가 모두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4저(低) 시대에 빠질 수 있다”(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하면 올 성장률이 2.3%까지 추락할 수 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고 절망할 것만은 아니다. 희망은 싹트고 있다. 지난해 창업 기업은 8만개를 넘었다. 사상 최다다. 대체산업도 움트고 있다.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수출 비중이 80%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화장품, 의료용 전자기기 등이 그 틈을 메우고 있다”(김도훈 산업연구원장)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새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며 ‘30-50클럽’에 가입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나라는 미국 등 여섯개뿐이다.

할 일은 명료하다. 좋은 여건을 잘 살려 국내외 변수를 극복하는 거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인 변경을 개척”(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하는 것이다. 새 제품을 만들고,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시장질서도 세워야 한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 비결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잇단 출현이다. “이들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창조적 독점을 이뤘다”(미국 페이팔 창업자 피터 필)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어려울 것 없다. 제2, 제3의 네이버 다음카카오 골프존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다지면 된다. ‘산업 간 융합’을 선도할 삼성전자 등에도 힘을 불어넣으면 된다.

새 길은 이미 가 본 경험이 있다. 1965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태국 나라티왓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해외 건설시장이라는 새 길이었다. 독자 개발한 화장품으로 세계를 공략 중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새 길을 여는 사람이다. 더욱이 경제 영토는 확 넓어졌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는 52개국이다. 지구촌의 73.45%가 우리 영토다. ‘정주영식 개척정신’만 있으면 새 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새 시장질서 조성은 상당부분 정치권 정부 노조 등의 몫이다. 촘촘해지는 규제와 높아지는 생산비용, 경직돼가는 노동시장으로는 새 제품, 새 길을 만들 수 없다. 이를 악물고 포퓰리즘, 수도권 및 노동 규제 등과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새해 할 일은 정해졌다. 과거에 그랬듯이 한국 경제의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하는 거다. 다시 도전이다.

하영춘 금융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