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25위의 동부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부건설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대학생이던 1969년 24세 나이에 세운 옛 미륭건설이 출발점으로 동부그룹의 모태기업이다.

'그룹 모태' 동부건설, 결국 법정관리 신청
동부건설은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동부건설은 2012년 이후 주택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고, 김포 풍무지구 아파트 분양사업이 실패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회사채 1344억원과 차입금 250억원을 합쳐 1594억원을 상환했으나 채권단 지원 없이 독자적인 자금 운용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동부건설이 독자 생존하려면 최소 1500억원에서 7000억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동부 측은 채권단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은 동부건설에 1000억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김 회장과 동부 계열사가 향후 5년 안에 발생할 손해는 절반 이상 부담하고 자체 정상화 계획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그룹 모태' 동부건설, 결국 법정관리 신청
이후 동부 측은 김 회장의 재산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는 점을 들어 추가 지원여력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고 채권단은 자금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며 갈등을 빚어왔다.

채권단은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는 동부건설의 요구도 거절했다. 제2금융권 채무가 많아 채권단이 지원해도 경영정상화에 쓰이지 않고 제2금융권 빚을 갚는 데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동부건설은 1800억원대의 제2금융권 채무를 갖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도 1370억원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회사채는 230억원이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 회사가 시공 중인 7200여가구 아파트 건설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 회사는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서 대우건설과 함께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 2712가구를 짓고 있으며 남양주시 도농동에서도 ‘도농역 동부센트레빌’ 457가구를 건설 중이다.

하청업체 대금 지급이 당분간 중단되는 등 2000여 협력업체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도급업체들에 대한 미지급금은 2000억원 규모라고 동부건설 측은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 등에 2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어 그동안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고승범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악재로 파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회사채도 많이 상환돼 투자자 손실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박종서/김동현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