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금융사업 위주로 재편…재계 순위 30위권으로 밀릴 듯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2013년 11월부터 시작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은 채권단 압박에도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지켜냈지만 자신의 정열을 불태워 키워온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특수강 동부메탈 등을 잃게 됐다. 재계 순위도 18위에서 30위권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동부는 2013년 11월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등을 골자로 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자산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과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매각하려는 산업은행의 결정에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이 패키지 매각이 실패하면서 자구안은 큰 타격을 입었다.

채권단은 그동안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41%)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오너 일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속지분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부제철은 채권단 관리로 들어가면서 대주주 지분이 감자돼 김 회장은 경영권을 잃었다. 김 회장은 이번 역시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을 포기하고서라도 금융계열사를 지키는 방법을 택했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추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목표를 달성했는지 평가하기 어렵게 됐다”며 “대주주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