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처벌 충분…다시 한번 기회 주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인 사면·가석방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경제단체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충분히 처벌을 받았다”며 “이제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은 사법절차를 다 거쳤고 판결에 따라 상당히 오랜 기간 처벌을 받고 있다”며 “누구를 벌하는 건 반성과 개선을 모색하자는 뜻일 텐데, 꼭 마지막 하루까지 다 채워 100% 처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돈이 없어서 빵을 훔친 사람은 마지막 날까지 형을 살고 기업인은 그냥 나와도 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잘 안다”며 “기업인이라 해서 끝까지 (가석방·사면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SK는 첨단 업종에서 필사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그룹 수장을 이렇게 내버려두는 건 국가 미래를 고려할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최 회장에게) 기회를 줘서 국내 5대 기업 중 하나가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다면 교도소에서 1년을 더 살게 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새해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룰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기업의 팔·다리를 풀어줘야 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시장 진입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등을 풀어 기업이 움직이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