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가격 민감도 높아져…중저가폰·알뜰폰·중고폰 인기
단통법 이후 출시 15개월이 넘은 단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원금 상한선(30만 원)의 구속을 받지 않아 이통사들이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보조금 투입 대상이 최신폰에서 구형폰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통 3사는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구형폰에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 갤럭시노트2, 갤럭시S4, LG G2 등은 출고가 수준의 지원금을 업고 '공짜폰' 대열에 올랐다. 갤럭시노트3 역시 최대 88만 원(KT)의 지원금이 실려 판매가가 '0원'으로 떨어졌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구형폰의 정확한 판매 실적을 밝힐 순 없지만 지원금을 집중시킨 효과를 보고 있다" 며 "출시 15개월이 지났을 뿐 사양이 뒤지는 모델도 아니어서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출고가 자체가 50만 원 미만인 중저가폰의 판매 비중도 높아졌다. 고가 최신폰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든 만큼 통신비 부담이 커져 단말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KT의 중저가폰 판매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 22%(9월)에서 지난달 3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2%에서 26%로 늘었고,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신모 씨는 "단통법 이전엔 오픈마켓을 통해 최신폰을 1000원에 산 적도 있다" 며 "단통법 시행 초반보다 지원금이 늘었다 해도 소비자들의 체감 수준이 크지 않아 중저가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비에 보다 민감해지면서 알뜰폰과 중고폰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알뜰폰은 저가 요금제로 가입해도 이통3사 고가 요금제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제공한다. 중고폰의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비교적 상태가 좋은 중고폰이 많아진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통3사의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413만 명에서 11월 448만 명으로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통3사는 5260만 명에서 5254만 명으로 제자리걸음했다.
중고폰의 부활은 더 눈부시다. 지난 10월 중고폰 가입자 수는 일 평균 5600여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보다 2배 증가했다.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단통법 이후 집에서 잠자던 장롱폰을 가져와 개통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며 "일부 대리점이나 오픈 마켓에선 몸값이 높아진 중고폰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