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자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밝혔던 것과 연계시켜 광복과 분단 70주년인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북한으로선 정상회담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현 상태에서 섣부른 남북 정상회담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자칫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고, 김정은 정권의 수명만 연장시켜 통일을 앞당기기는커녕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의 남북 정상회담 역사가 그대로 보여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각각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그때 이뤄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과연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것이 있는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남북 관계개선과 통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만 앞세웠을 뿐,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매번 국면전환이 필요했던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었던 것이었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북한은 안팎으로 더 곤궁해졌다. 이미 무너져버린 경제는 북한 정권의 통제를 벗어났고, 핵·인권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인 처지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언급을 ‘국면 타개용’으로 보는 것도 그래서다. 게다가 김정은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흡수통일 포기 등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북한의 변화를 위한 남북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산가족 상봉도 시급한 과제다. 그렇지만 남북대화를 하는 것과 정상들이 만나 그저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자칫 김정은 정권을 합법화하고 그 정통성만 인정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 지원이 북한 주민을 돕기는커녕, 김씨 일가의 정권세습과 연장에만 도움을 줬다는 지적을 새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