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년 행사
프랑스의 올 새해맞이 행사는 요란했다. 수십만명이 12월31일 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 전국에서 940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새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기존 자동차를 불태우는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지난해 1067대에 비하면 12%나 줄었다.

지난 한 해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해를 맞고 싶어하는 마음은 세계적으로 공통인 모양이다. 한겨울에 차디찬 얼음물에 뛰어드는 행사가 곳곳에 있다. 네덜란드와 캐나다에서 매년 1월1일 열리는 북극곰 수영대회가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매년 1월 초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데 벌써 28년째다. 브라질에도 해가 바뀐 직후 바다로 뛰어가 파도를 일곱 번 뛰어넘으면서 행운을 비는 행사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신년 초 다리에서 다이빙을 한다. 2차대전 직후 귀국한 군인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17m 다리에서 묘기를 부린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물에 뛰어드는 것은 기독교에서 신도가 된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몸을 물에 적시는 침례와 비슷한 것이다. 과거를 다 씻어버리는 의식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신년 행사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털 볼 드롭’이다. 공중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크리스털 공이 자정에 깃대를 타고 떨어지면 새해 소망이 적힌 수십만장의 색종이들이 하늘에 날린다. 올해 크리스털 공은 5386㎏이었고 색종이 무게만도 1t이나 됐다.

우리 경우는 1989년 설날이 3일간의 공식 연휴로 지정된 이후 양력 1월1일은 명절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한 해를 시작하는 공식적인 날로 현대판 풍습은 적지 않다. 기업과 기관들이 대부분 평일인 2일 시무식을 시작하지만 정당들은 휴일인 1월1일에 단배식(團拜式)을 한다. 단배식이란 용어는 일제 잔재라는 지적이 많다.

해맞이 행사도 최근 수년 사이 인기 있는 신년 풍습이다. 강원도 정동진 등 올해 해맞이 행사에는 전국적으로 70만명 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 기업 회장 등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도 전통이 됐다. 특히 대통령이 붓으로 쓴 신년휘호(新年揮毫)가 언론에 공개되는 전통도 있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신년휘호를 쓰지 않았다. 가족끼리 목욕탕에 같이가고 새해 아침에 반드시 이룰 목표를 세우는 것도 신년 풍습이다. 담뱃값이 올라서인지 유난히 주위에 금연 결심을 한 사람이 많아졌다. 모두들 마음먹은 대로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