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일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 부문 계열사(NARL)를 인수했다가 미국 투자은행에 매각하면서 총 1조337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강 전 사장이 이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하베스트의 유전개발 계열사 인수를 위해 협상을 추진하던 중 하베스트 측이 당초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던 NARL까지 인수하라고 요구하자 나흘 만에 NARL도 인수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석유공사가 당초 NARL을 인수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설비가 노후하고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임에도 강 전 사장은 인수 계약 성사를 위해 이를 외면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강 전 사장은 또 NARL의 부실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급조된 현지 실사자료를 받아들여 높은 가격에 인수 계약을 맺었다. 석유공사의 자문사는 당시 하베스트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NARL 자산가치를 주당 9.61캐나다달러로 평가했는데, 이는 시장가격인 주당 7.3캐나다달러보다 높아 가치가 과대평가됐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강 전 사장은 자문사 평가를 근거로 주당 10캐나다달러에 하베스트(유전개발 계열사 및 NARL 포함) 주식을 매수하라고 지시했고,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40억6500만캐나다달러에 인수했다. 감사원은 NARL의 적정 지분가치는 9억4100만캐나다달러 수준이었는데, 석유공사가 이를 12억2000만캐나다달러로 평가해 최소 2억7900만캐나다달러(약 3133억원) 고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사장은 계약 이후 이사회 승인까지 시간이 있었는데도 인수가 적정했는지 재검토하지 않고, 이사회에 NARL 평가 가치를 왜곡한 사업 추진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석유공사는 또 카자흐스탄 석유기업인 숨베를 인수하면서도 현지 세금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원유 매장량을 과장해 경제성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