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금융 CEO 신년사…"방심하다간 승자와 패자 뒤바뀐다"
새해를 맞아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들이 내놓은 신년사는 여느 때와 달리 조직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이 두드러졌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일 시무식에서 얘기한 신년사에서 “KT ENS 법정관리와 모뉴엘 사태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직원들이 몸과 마음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권 행장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겼던 여신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의 선제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두 은행이 조기 통합에 따라 훨씬 거대해진 몸집으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혁신센터가 생겨나고 있는 지금을 우량 거래기업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그동안 전략과 비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실행력이 부족했다”고 진단하고 “실행을 원동력으로 삼도록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실행’을 가장 큰 목표로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김 회장은 “자랑스러운 회사를 위해서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만 미래가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며 “미루지 않고 실행하는 습관이 성공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필요성과 그 과정에서 조직이 흐트러지지 않고 영업 기반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신년사에는 1등 금융그룹으로서의 자부심과 경쟁자들의 추격에 대한 경계심이 함께 반영됐다. 한 회장은 “경영환경이 격변할수록 잠시라도 방심하면 승자와 패자는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