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금융상품 시장 거래 규모는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하기 시작한 뒤 3년여 만에 9~10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이 2013년 7.6% 성장한 반면 한국은 ‘55% 감소’하는 등 역주행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가 민간산업을 얼마나 위축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2009년 FX마진거래(환율변동 차익거래) 증거금을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KOSPI200옵션매수·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한 기본 예탁금 부과, KOSPI200옵션 거래승수 상향 조정, ELW 호가제한, 파생상품거래교육 의무화 등을 쏟아냈다. 내년부터는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등 국내 파생상품 투자 소득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고소득 직업군으로 꼽혀온 증권업 종사자들은 2011년을 기점으로 그 수가 줄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2700여명이 감소했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FX마진거래 중개업자, 파생상품 법인영업 담당자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파생금융상품과 관련된 일자리가 3분의 2 이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도 컸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약화되면서 차익거래 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개인 투기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규제 강도가 커지면서 시장 전체를 죽이고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다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