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신년 메시지 "도전정신으로 위기 극복"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새해 화두로 내걸었다. 대학가에 불어닥친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 바람을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의미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2일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학문의 지정학적 세계질서에 도전하자”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통해 학문 공동체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자”고 말했다. 성 총장은 또 “지난해 학내외에 만연했던 비인간적인 일들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다”며 “인류에 대한 배려심과 이타심을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큰 충격을 줬던 서울대 교수 성추행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로마건국 신화인 아이네아스(Aeneas)의 전설을 예로 들며 역경 극복을 위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부상을 입은 아이네아스는 아들에게 ‘용기와 탁월함은 나에게 배우고, 행운은 다른 사람에게 배우라’고 외친 뒤 전쟁터로 달려나갔다”며 “행운에 기대지 말고 난관을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지난해를 보낸 소감을 ‘금석지감(今昔之感)’으로 표현했다. 예전과 비교해 현재 모습이 너무나 달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2012년 취임했을 때 송도 국제캠퍼스로 시끄러웠던 것과 달리 현재는 국제캠퍼스가 ‘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자리잡았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기업의 흥망성쇠를 언급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역설한 총장도 있었다. 지난 1일 성균관대 제20대 총장에 새로 취임한 정규상 총장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아성에 머무르는 순간 급격히 몰락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대학들이 몰락하는 기업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급변하는 외부 환경은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곤 했다”며 “쉬운 길보다 바른길을 걷는 의지로 나보다 우리를 우선하자”고 강조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을미년은 청양(靑羊)의 해로 착하고 의롭고 아름다운 양이 이화의 교육이념인 ‘진선미(眞善美)’를 잘 대변한다”며 “이화의 혁신 비전을 실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벤치마킹과 전략이 필요하다”며 “혁신의 강한 의지로 일을 원활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오형주/김태호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