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은 세금을 체납한 납세자의 국내 은행 해외지점에 예치된 예금에 대해선 압류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국가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400억원의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은 본점이나 국내지점과는 달리 그 소재지인 외국의 법령에 따른 인가를 받아 외국 은행으로 간주된다”며 “따라서 외국 금융당국의 규제·감독을 받으며 예금거래에 대해서도 외국의 법령이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해외지점에 예치한 예금은 그 해외지점이 있는 외국에서만 인출할 수 있다”며 “이를 국내에서 처분하기 위해서는 다시 국내로의 송금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고 측을 대리한 광장의 박영욱 변호사는 “국가의 과세권은 국내에만 미친다”며 “국내 은행 해외지점은 외국에 해당해 과세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왕’ 권혁 회장의 시도상선(CCCS)은 2005년 12월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예금계좌를 개설해 약 400억원을 예금했다. CCCS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결과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아 세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CCCS가 납부기한까지 세금을 내지 않자 서초세무서는 CCCS가 우리은행 본점에 예금한 1367억여원을 압류하고,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대해서도 동일한 액수를 압류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