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9급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공시족(公試族)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응시자들의 국가직 및 서울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각 다른 날 치러지는 공무원 시험에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보니 지방직 합격자 중 상당수는 임용을 포기해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 시험 응시의 기회를 지금처럼 확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무원 중복합격 속출…수원 2013년 30% 임용 포기
◆수험생 1명 연 최대 6개 응시

공무원 시험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국가직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지방직으로 구분된다. 서울시는 다른 16개 시·도와 달리 자체 시험을 치러 선발한다. 국가직은 5급(행정·기술·외교관후보자)과 7급, 9급으로 나뉘어 치러지며, 지방직도 7급과 9급을 별도 선발한다.

이들 시험은 각각 다른 날 치러지고,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 국가직 5급의 1차 필기시험은 2월7일, 7급은 8월29일, 9급은 4월18일이다. 지방직 9급 시험은 6월27일, 7급은 10월17일 시행된다. 서울시는 7·9급 필기시험 모두 6월13일 치른다. 이로 인해 수험생 1명이 연간 지원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은 최대 6개에 이른다. 공무원시험 전문학원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이 치르는 5급 공채 시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험생이 1년에 최대 5개 시험에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은 3000명 선발에 19만3840명이 몰려 6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 7·9급 시험은 61.3 대 1의 경쟁률로, 지방직 9급 경쟁률(19.2 대 1)을 훨씬 웃돌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3년 거주해야 자격이 주어지지만 서울시는 지역 제한을 1999년 폐지한 데다 서울 근무를 겨냥한 응시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2~3년 새 우수 인재가 7·9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면서 국가직과 지방직 및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중복 합격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는 합격자 10명 중 2명가량이 중복 합격해 임용을 포기할 정도다. 실제로 수원시는 2013년 신규 채용자 298명 중 30%에 달하는 82명이 포기했다. 성남시 134명 중 33명, 고양시 155명 중 24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같은 기간 국가직과 서울시 임용시험 포기율이 1%대인 것과 비교된다.

◆같은 날짜 시험 요구하는 지자체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국가직·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지방직 시험과 같은 날짜에 시행해줄 것을 몇 해 전부터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신규 인력이 임용을 포기하고 빠져나가면서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인사혁신처 고위 관계자는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감안하면 시험을 동일한 날짜에 치르는 게 맞지만 수험생들의 응시기회를 확보해 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요구로 인사혁신처는 올해 국가직 9급 최종합격자 발표시점을 지방직 9급보다 두 달 앞당기기로 했다. 9급 지방직의 신규 임용 포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일정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지자체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장기적으로 5·7·9급 공채 시험에 대한 개편작업에 조만간 착수하기로 했다.

한 해 수차례 치러지는 공무원시험으로 감독관 수당 등에 막대한 예산도 소요된다. 서울시는 한 해 공채시험에만 15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