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방정부 부채가 올해 중국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정부 부채만 2조8000억위안(약 49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조치로 그동안 지방정부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페이퍼컴퍼니(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를 통한 지방채권 발행이 어려워졌다. 때문에 재정 상황이 열악한 일부 지방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고, 금융시장에도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만기 부채 2조8000억위안

4일 경제관찰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올해 만기 도래하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2조800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감사원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총 부채 규모는 17조9000억위안(약 3168조원·2013년 6월 말 기준)이다. 이 중 16%를 올해 상환해야 한다. 중국 지방정부가 지난해 부채에 따른 이자 상환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중국 전체 사회융자총액의 5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상당수 지방정부가 빚을 내 빚을 갚을 정도로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는 얘기다.

올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해 10월 LGFV가 발행하는 채권에 지방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그동안 직접 채권 발행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LGFV를 채권 발행의 형식적 주체로 내세워 자금을 조달했다. LGFV가 발행하는 채권은 사실상 각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이 같은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지난달 장쑤성 톈닝시와 신장자치구 우루무치시 산하의 LGFV가 각각 12억위안, 10억위안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지방정부의 지급보증 조건이 붙지 않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둔화도 지방정부에 타격

중국 정부의 구상은 지방정부가 LGFV를 우회하지 않고 직접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채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12개 지방정부에 지방채 직접 발행을 허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 절반가량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 이하여서 중국 정부의 ‘지방부채 구조조정’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중국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50%가량을 차지하는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부동산 경기 둔화로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 역시 지방 정부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 악화가 중국 기업과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CMP는 “그동안 상당수의 지방 부실 기업이 지방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투자 프로젝트로 연명해 왔는데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 이 같은 지원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훠즈후이 중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지방정부의 지급보증이 사라져 그동안 지방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LGFV가 채권 차환발행이 어려워졌다”며 “올해는 LGFV가 발행한 지방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