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주가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훨씬 뛰어넘자 애널리스트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실적 등 기업의 각종 지표를 기초로 하는 가치 평가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제일모직은 8.23% 오른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5만3000원)의 3.2배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 1800억원을 기준으로 볼 때 적정 주가는 10만원 안팎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에 비해서도 높다. 현대증권(20만원)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들은 현재보다 낮은 수준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유진투자증권(12만5000원)과 한국투자증권(10만7000원), 하이투자증권·HMC투자증권(10만원) 등의 순이다. LIG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은 7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증권사가 제일모직 분석에 대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투자의견을 낮출 수도 없고, 5년 뒤 실적 전망치를 미리 반영해 목표주가를 턱없이 올릴 수도 없어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는 기업의 각종 지표를 기초로 하는 가치 평가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인수합병(M&A)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문에 따라 주가가 무작정 오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변경 계획은 없다”면서도 “지배구조상 그룹 지주사로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