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백 투 더 퓨처, 2015
1980년대의 대표적 공상과학(SF)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든 이 3부작 영화의 2편에서 주인공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로 날아간다. 마티가 도착한 미래가 바로 올해, 2015년 10월21일이다.

영화 속 2015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꽤 비슷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TV를 이용한 영상통화, 음성이나 지문인식 가전제품,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 등은 낯설지 않다. 주인공이 타는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도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비슷한 ‘호버보드’가 지난해 선보여 미국 타임지 선정 ‘2014 베스트 발명품 25가지’에 선정됐다. 물론 아직은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전도성 물체 위에서 2~3㎝가량 뜰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저절로 크기가 조절되고 건조되는 옷이나 초 단위까지 맞히는 일기예보 등은 여전히 영화 속 얘기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실현되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

영화 속 미래가 지금의 현실

만약 지금, 30년 후로 ‘백 투 더 퓨처’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2045년은 미국의 미래연구가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르는 시점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기도 한 커즈와일은 그때가 되면 뇌를 비롯한 인체 각 부분이 컴퓨터와 연결돼 인간의 수명과 능력이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 2045’에서 30년 후 세상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각종 기술이 개선되고 재조합돼 새로운 도구와 효율적 생산방식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과거 철도나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처럼 인간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기술의 등장은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30년 후 미래가 실제 어떤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다. 훨씬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진 미국 학자와 좀 더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독일 학자의 전망 중간쯤?

30년후 미래, 그리고 한국은

2015년으로 돌아와 보자. 오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5’가 열린다. 가전은 물론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카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융·복합 제품들이 주목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유망 과학기술로 빅데이터, 로봇, 바이오테크, 에너지, 무인수송 등을 꼽는다. CES에서 선보일 다양한 현재의 기술에 상상력과 새 기술들이 고리처럼 엮이며 30년 후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제2의 애플과 구글 같은 혁신기업이 탄생하고, 새 형태의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경제학자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은 1960~7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 육성한 중후장대형 산업 덕분이었고, 그 뒤에 반도체와 자동차 정도 얹었을 뿐”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것도 같은 고민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군불을 땐 덕인지 지난해 창업 기업이 역대 최다인 8만개를 넘었다. 기술 창업과 벤처 투자도 늘었다. 이런 움직임이 ‘반짝 유행’에 그쳐선 안된다. 그러려면 ‘저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교육의 중요성으로 귀결된다. 미래를 짊어질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30년, 아니 100년 대계를 세워야 한다.

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