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1억건의 카드회사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정부가 각종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4일 10여명의 개인정보 브로커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접촉한 결과 전화번호, 거주지역, 신용등급 등이 담긴 개인정보가 건당 100~200원에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브로커는 여러 대출모집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킹으로 수집했다는 개인정보 8000여건을 30분 만에 보내왔다.

브로커가 요구한 금액은 150만원. 건당 약 187원이다. 개인정보에는 성별, 주거지, 전화번호, 직업, 신용등급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번호에 전화를 걸어 대출사이트 접속 여부 등을 묻자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를 보면 정보 유출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당수 사이트는 여전히 해커들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 부분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접촉한 브로커들에게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은 없었다. 한 브로커는 “보안이 강화된 금융회사를 뚫기는 어려워졌다”며 “주민번호는 수집 금지 조치 때문에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