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다. 그저께 개장한 유럽 시장에서 달러는 유로당 1.20달러로 2010년 중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동안 상승국면이던 일본 엔화도 달러당 120엔을 넘어 다시 하락세다. 주요 1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가치지수인 WSJ 달러지수가 83.65로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연 0.25%의 초저금리 상태인 데다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로 풀려나간 돈만 4조달러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나홀로 강세다. 유가 급락과 미 제조업의 회복, 일본·유럽의 장기 침체 등 이유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 만든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당장 신흥국과 산유국들은 비상이다. 멕시코와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미 대거 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도 곧바로 시장에 개입할 태세다. 강한 달러는 종종 신흥국들의 금융 위기를 초래해왔다. 1997년 아시아 위기도 달러 강세가 만들어낸 비극적 결말의 하나였다. 달러가 미국으로 역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터지는 셈이다. 지금은 디플레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유럽이나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중국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이 높아질수록 자산 안전을 선호한다. 시장은 각국의 펀더멘털이 얼마만큼 강하고 구조개혁의 성과가 가시적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투자처를 선별한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구조개혁을 이루고 건전하고 견실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결국 경제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한미경제학회가 미국에서 개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의 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한국도 절대 안전지대는 아니다. 구조개혁을 게을리하거나 투자 여건을 맞춰내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외국 자본이 돌아설 수 있다. 거시경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때다. 자본 유출입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언제라도 ‘플랜 B’를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