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승부 건 온라인몰 PB상품
오픈마켓 옥션은 지난해 12월 화장품 제조업체인 메이포레와 함께 자체상표(PB) 브랜드인 에이썸을 만들고 여성용 스킨, 로션 등 9개 제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입술에 바르는 ‘블룸 립글로우’는 출시 1주일 만에 디올, 베네피트 등 유명 수입 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립글로스 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옥션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황준하 옥션 패션팀장은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60% 이상 저렴하게 책정했다”며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다른제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전유물이었던 PB 상품이 온라인몰에서도 출시되고 있다. 가격은 싸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1번가는 지난해 5월 팔도와 손잡고 ‘그녀 라면’을 출시했다. 국물용·볶음용 등 스프 두 종류를 넣어 선호에 따라 조리할 수 있게 한 데다 가격도 1봉당 44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준비 물량인 22만봉이 2개월 만에 다 팔릴 정도로 ‘대박’을 쳤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친환경 액체세제와 섬유유연제도 내놓았다.

가성비로 승부 건 온라인몰 PB상품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PB 확대에 적극적이다. 티켓몬스터는 2012년 식품 PB인 ‘맛의 교과서’를 출시한 뒤 2년 만에 PB 제품 수를 37개까지 늘렸다. 1년간 기획을 통해 지난해 11월 출시한 ‘몬스터 핫팩’은 출시 두 달 만에 50만개 이상 판매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 상표(NB) 제품 평균 판매량이 4만여개임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팔려나간 것. 위메이크프라이스도 지난해 식품과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PB 확대에 나섰다.

온라인몰 PB 제품을 사들이는 주요 소비자들은 ‘3040 엄지맘(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엄지족과 엄마를 뜻하는 맘의 합성어)’이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영조 11번가 마트유아동 그룹장은 “이들은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따져 구매한다”며 “TV, 노트북 등 가전제품에 한정됐던 PB 제품군이 식품, 생활주방, 유아용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체들 입장에서도 PB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다. 하성원 티켓몬스터 최고운영책임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일반 소싱 제품보다 마진이 높은 것도 매력적”이라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 위주로 상품 수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온라인몰 PB 제품이 더욱 다양해지고 고급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몰인 아마존은 최근 들어 PB 종류를 화장품이나 식품 등에서 침구류, 주방용품, 건전지 등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 말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30%가량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아마존 엘리먼츠’로 이름 붙여진 생활용품 브랜드는 유아용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P&G, 킴벌리클라크 등보다 30% 비싸게 판다.

PB 제품의 원조 격인 대형마트들은 PB 종류를 대폭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온라인몰 PB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PB 제품 종류를 2008년 7600여개에서 지난해 1만2000여개로 늘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1등 제조사’와 손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4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내놓은 ‘프라임엘골드 고농축 퍼퓸 섬유유연제’, 이마트가 유한킴벌리와 손잡고 작년 11월에 내놓은 ‘이마트 크린베베 기저귀’ 등이 대표적이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