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95% 넘는 순경 출신들에게 희망줬으면…"
“저희 부부가 전체 경찰의 95%가 넘는 순경 출신 경찰관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일 실시된 경찰 인사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구본숙 서울 마포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57·왼쪽)과 2011년 먼저 총경이 된 김성섭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58·오른쪽) 부부의 소감이다. 구 실장의 승진으로 순경 출신으로 처음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에 오른 부부가 됐다.

구 총경 내정자는 1977년 여경 공채 28기로 순경에 임용된 뒤 전투경찰로 근무하던 김 총경을 처음 만났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구 내정자를 처음 본 김 총경은 “제복을 입은 모습에 한눈에 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향이 충남인 두 사람은 구 내정자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김 총경 사촌 동생의 주선으로 마음이 깊어졌다.

순경과 전경의 신분으로 데이트를 이어 가던 두 사람은 김 총경이 1979년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하면서 ‘경찰 커플’이 됐고, 2년 뒤 결혼했다.

업무 특성상 순환 근무가 많아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특히 구 내정자가 마포서 경무과장으로, 김 총경이 경남 하동경찰서장으로 근무한 2011년엔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김 총경은 “겨우 시간을 내 아내가 내려올 때 버스터미널에서 연애할 때 기분으로 기다리고는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위까지 휴가 때마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해 상위권을 유지하며 승진을 이어갔다. 남편인 김 총경이 승진하면 구 내정자가 뒤따라 승진하는 등 서로를 독려했다.

이들 부부는 “순경 출신 경찰관들에게 ‘열심히 하면 총경으로 승진할 수 있고, 경찰서장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 후배들이 배울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총경 부부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