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구매대금 할부서비스는 목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비 수단으로 규모가 매년 80조원이 넘는다. 카드회사들은 이 카드 할부거래에 연 15%의 고금리를 적용해 매년 2조원대의 이자를 챙기고 있다. 소비자들이 높은 이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카드전표에 할부이자율을 표시하자는 법안이 대기 중이지만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카드 할부금리, 은행 신용대출의 3배
○신용대출보다 3배 높아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카드 할부거래 규모가 44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90조8772억원)과 2013년(82조9870억원)에 이어 지난해도 전체 카드 할부거래 규모가 80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무이자할부를 제외한 유이자할부 비중을 20%로 가정하고, 연 15%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201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카드사가 벌어들인 이자 수익만 9조8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마다 신용등급별로 차등을 두고 있지만 카드사가 적용하고 있는 연 15%의 고금리는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연 4~6%)보다 3배 이상 높다. 카드사들이 매년 2조5000억원이 넘는 할부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조달 비용, 마케팅 비용, 대손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할부이자 이익은 연 5000억원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지시에 인하 ‘찔끔’

카드사들은 또 “무이자 할부행사가 많기 때문에 유이자 할부에는 어느 정도 고금리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무이자 할부에 그렇게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줄 모르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논리를 인정하더라도 금리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12년 할부금리를 내릴 것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카드사들은 1~2%포인트 인하로 생색 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2013년 3월 카드전표에 할부이자를 포함한 가격과 할부이자율, 할부금 지급횟수, 지급기간 등을 명시하도록 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카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2년이 다 되도록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카드업계는 최근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전표상 할부가격 표시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효과 대비 과다하다”는 이유를 들며 국회에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할부이자 표시를 위한 단말기 업그레이드 비용만 1066억원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