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성시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조선성시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백탑 白塔을 아시나요?” 힌트를 드리면 국보 제2호입니다. 서울 종로2가 30번지, 어르신들의 쉼터로 불리는 탑골 (탑이 있던 동네)공원 내 ‘원각사지10층석탑’을 일컫습니다.

이 탑은 현재는 먼지와 비바람을 막기 위해 유리 보호각을 둘러쳤지만 조선시대엔 한양 도성 한복판에서 우뚝 솟아 흰 자태를 뽐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18세기 무렵, 원각사지10층석탑을 배경으로 한양의 진보적인 북학파 지식인들이 이웃해 살며 이른바 ‘백탑파’를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당대 신분과 나이의 벽을 넘어 우정을 나누고 조선 사회 변혁의 꿈을 키웠지요.

탑골에 살던 연암 박지원을 비롯해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 등과 남산 자락에 살며 이들과 교유한 홍대용, 박제가, 백동수가 핵심 인물로 불립니다.

당대 집권세력이던 노론 명망가 출신의 양반인 박지원과 홍대용은 비록 서얼이지만 세상의 폐단과 새로운 학문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상수 등과 함께 벗이자 때로는 스승으로 우정을 이어갔습니다.

백탑파는 당시 지배이념으로 관념으로 흐르던 주자 학설을 좇는 것을 거부하고 자주적 학문의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민생을 보듬는 이용후생의 학문을 여는데 앞장섰습니다. 또 조선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청의 발달된 문물을 수용해 백성의 삶을 개선하는데 주력했지요.

백탑파는 1800년 비록 자신들을 중용한 정조가 죽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그 사상이 후손과 제자에게 이어졌으며 19세기 개화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입니다.
/탑동연첩=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탑동연첩=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서울역사박물관은 을미년 새해 이 같은 내용을 재조명하는 ‘탑골에서 부는 바람-백탑파 이야기’ 주제의 특별전시회를 갖습니다. 원각사지10층석탑이 선명하게 보이는 ‘탑동연첩’을 처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비롯해 백학파 관련 유물과 자료 300여점이 선보입니다. 1월 9일부터 3월 29일까지. 다음은 전시 내용.

※성시전도시를 통해 본 18세기 한양= 백탑파 일원으로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은 정조의 명을 받아 한양의 풍경을 시로 읊었다. 성시전도시 城市全圖詩다.

이는 백성의 삶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누구보다 높았던 북학파 실학자의 시각에서 한 노래란 분석이 따른다. 때문에 18세기 역동적인 한양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왕도 王都의 모습을 대규모로 조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선 정조로부터 1위로 평가받았던 신광하, 2위 박제가, 공동 5위였던 이덕무, 유득공의 성시전도시를 비롯해 실제 시권으로 남아 있는 이집두의 성시전도시 등 당대 성시전도시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 특징.

※북악에서 남산까지 한양의 종축면 재현= 전시실은 백탑파의 발자취를 따라 북악산-탑골-운종가-청계천과 수표교-남산으로 이어지는 한양 도성의 종축면을 구현해 18세기 한양의 공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덕무의 청장서옥, 서상수의 관재, 규장각을 수묵화 기법으로 연출한 것도 볼거리로 여겨진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