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년 만에 600억대 흑자로…동화그룹 운명을 바꾼 승명호의 '속도 경영'
2013년 여름, 동화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이란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핵심계열사 동화기업의 해외사업장 적자가 문제였다.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사진)은 경영진을 불러모았다. 승 회장은 “모든 해외 전략을 재검토하라. 앞으로 해외 사업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해 동화그룹은 예상대로 15년 만에 적자를 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동화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속도가 경쟁력이다’

승 회장은 2013년 봄부터 매달 비행기에 올랐다.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호주 등 사업장을 돌며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해외 사업장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질질 끌어왔던 뉴질랜드 공장 생산라인 신설 결정이 이뤄졌다. 검토만 하던 영업망 확충 계획도 실행됐다.

적자 1년 만에 600억대 흑자로…동화그룹 운명을 바꾼 승명호의 '속도 경영'
말레이시아법인에 근무하다 최근 귀국한 이영석 인재개발실장은 “중요한 결정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면서 해외사업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승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사업전략도 뒤집었다. 현지인에게 맡겼던 해외사업장 경영을 국내에서 보낸 임직원에게 맡겼다. 요직에 모두 한국인을 앉힌 것.

이들은 한국 스타일로 회사를 바꿔갔다. 과거에는 공장이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 3일 정도 기계를 멈췄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간 사람들은 이를 1일이나 1.5일로 단축했다. 하루치를 더 생산한 것. 이 실장은 “한국 임원들이 앞장서 일을 하니 분위기가 점차 한국공장처럼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MDF(중밀도섬유합판)를 만드는 베트남 법인은 가동 2년 만에 이익률 30%를 넘겼다. 말레이시아 공장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호주 뉴질랜드 공장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해외공장이 정상화된 덕에 2013년 적자를 기록했던 동화기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439억원(누적) 흑자를 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동화기업의 영업이익을 6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아산공장은 국내 사업의 핵

국내에서는 1000억원을 투자한 아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MDF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18%에서 24%로 올랐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는 “모든 규격의 MDF를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어 수요처가 요구하는 제품을 원스톱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게 이 공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태스크포스(TF)인 기술기획팀의 역할도 컸다. 7명으로 구성된 TF는 해외공장을 돌아다니며 국내의 축적된 기술을 이식했다. 국내 한 공장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를 해외에 적용할 방법을 찾았다. 김 대표는 “기술기획팀 덕에 요즘에는 해외공장에서 나온 경영혁신 아이디어가 거꾸로 국내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동화기업은 최근 설비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설비기획팀 TF를 하나 더 만들었다. 설비 효율화 모델을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다.

내부적으로는 원가를 200억원가량 낮췄다. 아이디어 상당수는 직원들의 제안에서 나왔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게 하기 위해 포상금을 원가절감 금액의 10%로 대폭 올렸다. 그 결과 한 팀은 10명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 1인당 10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제안 상금을 받는 직원은 40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향후 사업계획과 관련, 김 대표는 “중고차 매매단지인 동화엠파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인천에 제2단지를 착공할 계획이며 한국일보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추진하겠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