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에도 안 팔리는 우유…우울한 乳업계
우유 소비 부진과 원유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우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과 같은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1년 내내 진행하고 신제품도 쏟아냈지만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유제품 매출 증감률을 제품 종류별로 조사한 결과, 전 품목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흰우유는 5.8% 매출이 줄었고, 맛이나 향을 첨가한 가공우유 매출은 11.8%나 떨어졌다. 요구르트와 떠먹는 요구르트는 각각 7.8%, 1.0% 감소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우유업체들이 할인 행사를 늘리고 1+1 기획팩까지 내놨지만 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우유 판매가 줄어든 데는 우유의 유해성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우유를 많이 마시면 심장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고, 여자 어린이의 경우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이다. 또 우유에 함유된 유지방이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성들이 우유를 기피하고, 우유를 건강 음료로 마시던 소비자 중에는 홍삼음료 등 대체 상품으로 이동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지난해 우유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분유 재고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젖소들의 우유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분유 재고는 지난해 11월 기준 1만6816t이다. 2013년 7328t보다 2.2배 많고, 우유 파동이 일어났던 2002년 1만3641t을 웃도는 수치다.

우유업체들은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판매에 주력해 올해는 매출을 증가세로 돌려놓겠다는 목표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떠먹는 요구르트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키울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8월 출시해 5개월간 22억원어치를 판매한 밀크100의 매출 목표를 7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리뉴얼한 매일바이오플레인에 힘을 쏟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떠먹는 요구르트는 지난해 매출 감소율이 다른 제품군에 비해 낮은 데다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며 “올해 시장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지난해 대용량 제품을 출시한 덴마크우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달 들어 우유 제품을 ‘하루우유’ 브랜드로 통합해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월 중단됐던 흰우유의 중국 수출 재개 여부도 관심사다. 우유업체들은 중국 기준에 맞는 공정을 도입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등 수출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중국 측 실사단의 방문이 미뤄지면서 수출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중국 우유 소비량의 1%만 차지해도 국내 분유 재고량은 모두 소진된다”며 “수출 재개가 업체들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