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문제부터 오답 남발한 증권사들
증권사들이 지난 연말 내놓은 2015년 코스피지수 전망치 하단이 1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뚫렸다. 국제유가 급락,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해외 악재들의 파괴력이 증권사의 예상 범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반복되는 신년 악몽, 이유는

코스피지수는 7일 전날보다 0.07% 오른 1883.83에 장을 마쳤다. 1.74% 급락한 지난 6일의 충격이 가셨다고는 하지만 지수 상승폭은 1.38포인트에 불과했다. 장중 변동성은 더 커졌다. 이날 장중 최저가는 전날보다 낮은 1876.27이었다. 외국인은 20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약세장을 몰고왔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월 악몽’이 되풀이된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 등이 ‘감기’로 끝날 신년 약세장을 ‘중병’으로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은 돌발변수가 많은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으로, 다른 시기에 비해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며 “주가가 싸다고 느껴도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주식을 사들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상장사들의 연간 실적이 2010년을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며 “전년 대비 손실폭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점인 1~2월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발 대형 악재가 1월에 한꺼번에 터진 것이 이 같은 투자심리 약화를 더욱 부추긴 것이란 설명이다.

◆무안해진 증권사 지수 전망

연초 지수 급락으로 코스피지수 하단을 높게 점친 증권사들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올해 코스피지수 하단을 1900 이상으로 예측한 증권사는 이트레이드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880선도 지난 6일 장중 무너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서둘러 지수 밴드를 수정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날 연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1830~2150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익성장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이 기존 전망치를 제시할 당시인 지난해 11월보다 각각 2%, 0.2% 낮아진 점을 반영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잘못된 예측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토러스증권 등이 코스피지수 하단을 1950 이상으로 예측했다가 개장 후 이틀 만에 지수 하단이 뚫리며 수모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현 지수대가 바닥권인 것은 분명하지만 곧바로 1900선을 회복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 계획이 없는 만큼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25일 결과가 나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등을 확인하고 가겠다는 심리도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4분기 실적이 증권사 예측치를 한참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 반등 시점은 일러야 2월 중순”이라고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