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협상이 점점 꼬여가는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 협상은 시작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 최근 쟁점은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약 2000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다.

노조는 △무기계약직 1957명 전원의 즉시 또는 1월 내 6급(대졸 신입) 정규직 전환 △기존 6급 정규직의 급여 기준 적용 △일정 기간 경과 후 전원 5급으로 자동 승진 등을 요구했다.

다른 은행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는 무리한 요구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우리·신한은행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면서 기존 정규직 직급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의 직급을 신설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대로 전원 정규직화 후 5급으로 승진할 경우 연간 약 6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예상된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해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타협안을 내놨다. △별도 직급 신설 없이 통합 시 1개월내 대부분 무기계약직의 6급 정규직 전환 △일정 기간 경과 후 별도 승진심사를 통한 5급 승진 등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정도 타협안만 해도 파격”이라며 “다른 은행 노사관계에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통합과 별개 사안”이라며 “통합 후 1개월 이내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쉽게 합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조 요구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통합 협상이 꼬여가자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던 금융당국의 입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할 만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며 “(통합이) 반드시 노조와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장창민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