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업황은 최근 3년과 비교해 개선될 전망이다. 내부 외부 정책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올해 증권업계, 특히 대형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나타날 증권업 환경의 중요 특징을 짚어 봤다.

판관비 감축에 따른 이익 증가

보험사·퇴직연금 주식투자 확대…대형사 수익 좋아질 듯
첫째는 내부의 변화다. 증권업계는 최근 3년간 인력과 점포를 12% 감축했다. 하지만 10년 전 18%가량 줄였을 때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임직원 2000명 이상 대형 증권사 중 두 곳이 아직 인원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매각을 앞둔 증권사도 세 곳이 있다. 구조조정을 다른 업체보다 1년 먼저 했던 미래에셋증권은 탄탄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타 증권사는 이를 뒤따라갈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올해 증권업계에서도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작년 대비 3%가량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력이 가장 많았을 때에 비하면 15% 감소하는 수준이다. 시기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중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구조조정은 회사 임직원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이익은 늘어난다. 주주와 경영진이 임직원의 고통을 불사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이유다. 2011~2013년 연도별 증권업계 평균 판관비는 7조9000억원이었다. 올해는 6조9000억원으로 1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10년 전을 보자. 2004년 증권업계 구조조정 후 2005년 업계 전체 세전이익이 2003년 대비 5.1배 증가했다. 2013년 대비 2015년 세전이익은 4배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금융 부문 업황에 따라 이익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2014년 평균 대비 40~70%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중소형사 간 기술격차 확대

둘째는 외부의 변화다. 금융업종 전체는 소비자 접점이 변화하고 있다. 점포나 현금인출기(ATM) 등 물리적 접점이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등 비물리적 접점이 이를 대체하는 중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정보기술(IT)이 증권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증권업에서 IT는 2000년의 온라인 증권사 탄생, 2010년의 모바일 서비스 이후 회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다시 기술격차가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급결제 시장에 카카오뱅크가 등장한 것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금융산업의 이 같은 유통 혁신은 물리적 유통비용을 줄이고 마진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전산 관련 비용을 연간 300억원 이상 지출하는 대형사나 IT 계열사를 가진 키움증권 등이 그 혜택을 주로 입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 우호적 정책 본격 시행

마지막은 정책의 변화다. 올해부터 증권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업체들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산출할 때 주식의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12% 대비 절반으로 내리면 보험사들은 현재 운용 중인 31조원어치만큼 주식을 더 사도 위험액은 변동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해 보험사의 주식 운용 규모가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조원 규모다. 2005~2007년 주식시장 총 매수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퇴직연금 등 연금 자산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식으로 계산하면 26조원가량 매수 여력이 생긴다. 위탁매매와 신용공여 등 주식 중개 관련 수익은 증권업 전체 매출의 65%다. 위의 정책들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부터 증권업황은 호조로 돌아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적용되는 자산건전성 기준인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도 호재다. NCR은 레버리지 규제로 지난 17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기존 산출식을 전면 개편한 신NCR이 적용된다.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NCR은 높게 산출돼 위험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다.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시 총액인수, 주식연계증권(ELS) 발행 시 유가증권 보유 등 위험자산 인수를 일상적으로 한다. 따라서 자본금이 큰 대형사일수록 영업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15년에는 기존 NCR과 신NCR 중 유리한 값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대형사들은 신NCR을 전면 채택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전망이다.

이태경 < 현대증권 연구위원 david.rhee@hdsr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