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5일마다 100만명씩 인구 증가…한계에 다다른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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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쇼크
앨런 와이즈먼 지음 /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660쪽 / 2만원
앨런 와이즈먼 지음 /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660쪽 / 2만원

![[책마을] 4.5일마다 100만명씩 인구 증가…한계에 다다른 지구](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472629.1.jpg)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4.5일마다 100만명씩 늘고 있다. 1815년 10억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는 1900년 16억명에서 2011년 70억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72억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2082년에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34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사라진 지구의 모습을 그리며 인류의 존재를 성찰한 앨런 와이즈먼 미국 애리조나대 국제저널리즘 교수는 신작 《인구 쇼크》에서 인구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본다.
와이즈먼 교수는 ‘여전히 인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인류는 과연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 행성(지구)은 얼마나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을까.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자신을 닮은 2세를 낳는 행위를 제한한다는 개념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할 방법이 있을까. 인류가 존속할 수 있으려면 지구의 생태계는 얼마나 튼튼해야 할까. 감소한 인구, 그래서 안정화된 인구를 위한 경제, 지속적인 성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번영할 수 있는 경제를 우리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20여개국의 인구 문제 현장을 직접 탐사하고 각국 경제학자와 생태학자, 인구 정책 담당자 등 전문가와 일반인들을 직접 만난다. 인구 우위를 점하기 위해 ‘출산 경쟁’을 벌여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부터 이민자들에 대한 배타적 시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영국 등 유럽 사회, 한 자녀 정책을 오랫동안 강제적으로 시행해온 중국, 인구 증가를 방치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출산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등 전 지구를 돌며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인구 문제 현장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세계 곳곳의 인구 문제는 인종과 민족, 종교, 생활 방식, 경제와 정치 등 인류 문화의 여러 측면이 복잡다단하게 얽히고설킨 과제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가 내린 결론이자 책 전반에 흐르는 주장은 세계 인구가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인구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생태계와 환경 문제는 비대해진 인류를 향한 자연의 경고 신호다. 인구가 여전히 늘고 있는 아프리카와 인도, 파키스탄 등은 대체율(출산율 2.25명) 수준으로 낮추고 인구가 줄거나 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도 인구 분포가 역피라미드에서 직사각형의 안정적인 구조가 될 때까지 저출산이 유지돼야 한다.
그렇다면 성장을 번영의 평가 척도로 삼는 경제는 어떻게 할까. 저자는 일본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경제학자 마쓰타니 아키히코와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등 성장 지표보다는 삶의 질을 통해 번영을 가늠하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가 변화될 가능성을 모색한다. 인구가 감소해 GDP가 줄어도 국민 1인당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기업은 임금을 올리고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등 복지 문제에 더 신경을 쓸 것으로 전망한다. 일자리의 빈자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여성 경제 인구가 상당 부분 채울 수 있다. 연금 문제도 인구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기반 시설 투자 금액과 정부 예산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아주 적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글로벌 인구문제 리포트’라고 할 만하다. 인구와 인류, 성장과 번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제시한다. 그동안 비관적으로만 여겨지던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에 대해 폭넓은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해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