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즈광 하루키와 마에스트로의 만남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는 자타 공인 ‘재즈광’이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재즈바를 운영했을 정도다. 그의 재즈에 대한 사랑은 《재즈의 초상》,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등의 책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재즈 못지않게 클래식에 대한 조예도 깊다. 《상실의 시대》에선 브람스 교향곡 4번, 《1Q84》에선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등 그의 소설에는 클래식 작품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하루키는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에서 자신의 음악관을 이렇게 말한다. “듀크 엘링턴(미국 재즈 피아니스트)의 말처럼 세상에는 ‘멋진 음악’과 ‘그렇게 멋지지는 않은 음악’, 이렇게 두 종류의 음악이 있는 것이지, 재즈가 됐건 클래식이 됐건 원리는 다르지 않다. ‘멋진 음악’을 들어서 얻는 순수한 기쁨은 장르를 초월하는 곳에 존재한다.”

[책마을] 재즈광 하루키와 마에스트로의 만남
이 책은 클래식 마니아 하루키와 일본 출신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나누는 대화를 모았다. 이들의 만남은 2010~2011년 도쿄, 하와이, 스위스 등에서 이뤄졌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등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대화가 이뤄졌다. 주로 하루키가 묻고 세이지가 답한다. 하루키는 “여기서 원했던 것은 마음의 자연스러운 울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세이지는 1957년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이제 막 데뷔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함께 연주하면서 긴장감을 빚어냈던 일화를 시작으로 클래식 세계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세이지가 1960년대 재조명받은 말러의 교향곡 악보를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 ‘토스카’를 연주했을 때 청중에게 야유를 받았던 일화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다. 하루키도 “글 쓰는 법을 음악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거기(음악)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 하면 리듬이죠. 글의 리듬이란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문단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 문장부호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겨납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