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싶다는 국가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속전속결 협상전략’을 세웠다. 한국이 원하는 양허안(시장 개방안)을 물밑 협상에서 제시한 뒤 본협상을 가능한 한 5회를 넘기지 않고 관철시키는 이른바 ‘프리 메이드(pre-made) FTA’ 전략이다.
FTA 협상 '속전속결'…5회 안 넘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올해 이뤄질 FTA 협상은 5회 이내로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프리 메이드 FTA’ 전략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부족한 통상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협상 횟수를 줄여 상대국과의 협상전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FTA 체결까지 평균 8~9회 정기 협상을 거쳤다. 한·중 FTA는 14번의 협상 끝에 타결됐다.

이 같은 전략은 한·미, 한·유럽연합(EU), 한·중 FTA를 통해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으면서 가능해졌다. 한국이 ‘FTA 허브’로 부상해 통상강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자 하는 국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정기 협상 횟수를 줄이는 대신 충분한 물밑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주장한다는 전략이다. 정기 협상엔 수석대표를 포함한 모든 분과 협상단이 단체로 움직인다. 앞으로는 이슈가 많은 특정 분과 혹은 양국의 수석대표와 단독 만남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현재 산업부의 통상 교섭인력이 75명으로 많지 않지만 이렇게 하면 협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과 FTA를 맺자는 국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외교부 장관은 “FTA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이 이스라엘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EU와의 FTA를 통해 무관세나 저율관세로 EU산 제품으로 대체 수입하자 이스라엘은 한국과의 FTA를 서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와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5개 국가도 한국과 FTA 협상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협상이 결렬된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와 FTA 협상 재개도 타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말레이시아, 중남미 5개국과는 FTA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보는 공동연구를 마쳤다”고 말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