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먼 바다에서도…문자, 마음껏 날리세요"
비싼 위성통신을 이용하지 않고도 바다 한가운데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시스템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해안으로부터 100㎞ 이내에서 항해하는 선박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선박메시징장치(ASM 2.0)’를 개발했다고 8일 발표했다.

현재 해상에서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비싼 통신료를 들여 위성통신을 이용하거나 무선전신, 아날로그 음성통신에 의존해야 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는 주로 항해 정보를 선박에 단방향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1 대 1 통신이 불가능했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동영상까지 볼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과 비교할 때 해상통신은 1세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ETRI가 개발한 디지털 통신시스템을 이용하면 바다에서 항해하는 선박 간 또는 선박과 육상 간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100㎞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도록 30~300메가헤르츠(㎒) 초단파(VHF)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초단파는 이동통신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보다 더 먼 거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76.8kbps(초당 킬로비트)다. 현재 선박자동식별장치보다 8배 빠르다. 운항 중인 선박에 군사훈련이나 사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조업에 참조할 수 있는 어종별 시세도 보낼 수 있다.

시스템은 통신장치 본체와 모니터로 구성된다. 어선 항해실에 TV 셋톱박스처럼 시스템을 설치하면 된다. ETRI는 무전기처럼 휴대할 수 있는 단말기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VHF 대역의 데이터교환 시스템도 개발해 2017년께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대호 ETRI 무선응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작년 말 목포~제주 항로에서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며 “산불 감시나 산간 오지 등의 통신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