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이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흑백 작품 245점이 2015년 1월 15일까지 일정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고 있지요.

전시작 가운데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새끼 바다표범 두 마리가 펭귄 수천마리를 배경으로 재롱을 부리는 모습의 사진이 꼽힙니다. 살가두가 6년 전 2009년 남극 연안이자 남대서양에 자리한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촬영한 작품이지요. 아래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출처=YTN 뉴스 캡처]
/사진=YTN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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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큐 사진의 산 전설로 평가받는 살가두 대표 작품의 배경이 되면서 국내에서도 친밀감을 더한 사우스조지아 섬이 올해 을미년에 전 세계인의 시선집중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유가 흥미로운데요.

살가두 작품의 주인공인 바다표범 때문이 아니고 ‘쥐’ 때문입니다. 바깥에서 온 객이면서도 1775년 이래 이 섬의 주인장 노릇을 해온 쥐떼의 소탕 작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세계적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앨런 앤더슨 과학전문 기자 겸 작가 [2015년 경제 대전망 = 한국경제신문사 간]에 따르면 관련한 작전에 따라 올해 중 사우스조지아 섬이 ‘쥐 없는 세상’으로 다시 태어날 전망입니다.

사우스조지아 섬은 사실 살가두의 작품 속 주인공인 바다표범이 아니더라도 그리 낯설진 않습니다. 이는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두고 벌인 포클랜드 전쟁 때문인데요. 이 때 사우스조지아 섬에서도 전투가 벌어져 그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요.

이 섬은 포클랜드제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1390㎞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2~40㎞의 폭과 170㎞의 길이로 길쭉한 모양새고 해발 2000m 넘는 봉우리만 11개에 이릅니다. 면적은 3756㎢이지만 전체의 4분의 3이 빙하와 만년설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사우스조지아 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40년 전 1775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처음 발견해 당시 왕 조지3세를 기념해 이름을 지었습니다. 당시 쿡 선장이 이 섬을 최초 발견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섬에 상륙하면서 큰 후유증을 남겼다는 게 문제로 지적됩니다.

예컨대 그가 섬 발견 보고서에다 “바다표범과 고래가 풍부하다”고 기술하는 바람에 나중에 그곳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바다표범의 경우 18세기 여름 한 철에만 10만 마리 씩 포획되다가 50년 내 사라졌습니다.

또 20세기 초 고래잡이 어부들이 섬에 대거 몰려들어 기지를 세우고 [상주인구 1000여명에 이르렀다는 후문] 60년 동안 17만5000마리의 고래를 잡았다는 기록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65년 고래잡이가 공식적으로 금지되고 사람의 상주도 막혔습니다. 현재는 영국의 과학기지 연구원들이 여름 한 철에만 거주한다고 이코노미스지는 말했습니다.

아마도 살가두가 이 섬에서 6년 전 ‘바다표범’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많은 수의 바다표범과 코끼리 물범이 다시 번식하고 있다고 앨런 앤더슨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물론 고래도 다시 연안을 헤엄치고 있다는 소식이고요.

그런데 이런 섬에서 관련 없어 보이는 ‘쥐와의 전쟁’이 왜 벌어지느냐고요? 이 내용 또한 최초 발견자인 제임스 쿡 선장에서 연유하는데요. 240년 전 이 섬을 발견하고 상륙할 때 일행이 사람 뿐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 배에 숨어 호시탐탐 밀항을 기도하던 ‘설치류’도 같이 사우스조지아 섬에 올라가 깃발을 꽂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습니다.

쥐들은 그 사이 수백만 마리로 늘어나 희귀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입니다. 설치류들은 심지어 나는 바닷새 새끼까지 잡아 먹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얘기네요.

때문에 이 섬에서 평화롭게 살던 ‘굴파기 슴새’ ‘신천옹’ 등의 경우 쥐 없는 다른 섬으로 옮겨갔다는 과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원래 이 섬에 서식하던 바닷새 개체수의 90%가 감소했다는 추정입니다.

스코틀랜드 던디에 본부를 둔 비정부단체인 사우스조지아 헤리티지재단은 이에 따라 올 2월 부터 두 달 동안 1200만달러 규모 (90% 민간 기부금 충당)의 사우스조지아 섬 쥐약 투척 프로젝트를 펼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3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재단은 앞서 2013년과 2014년에 섬 면적 3분의 2 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과학자 비행기조종사 엔지니어 18명으로 이뤄진 ‘팀랫’은 3대의 헬리곱터를 이용해 독을 섞은 미끼용 알약 300만개를 투하할 예정입니다. 쥐약은 목표지점 한군데도 빠지지 않고 매우 촘촘히 놓는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리더인 던디대학 동물보호학 교수인 토니 마틴은 “수백m 떨어진 곳에 있는 쥐라도 냄새를 맡으면 악착같이 미끼를 찾아 온다”며 “먹으면 확실히 죽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매우 희귀한 사우스조지아 논종다리 같은 새들은 새해부터 섬으로 되돌아와 번식할 것으로 그는 기대했습니다.

사우스조지아 섬의 쥐 퇴출 작전은 전 세계적인 과제인 ‘외래종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에서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는 사례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