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다이어리든…캘린더 앱이든…올핸 끝까지 한번 채워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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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18>

◆다이어리·스마트폰…핵심은 ‘PIMS’
다이어리의 용도는 다양하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일정 관리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자리를 완전히 빼앗겼지만 PDA(personal data assistant·개인휴대단말기)의 첫 역할도 일정, 주소록 등 개인정보 관리였다. 일반적으로 1984년 영국 사이언이 내놓은 ‘사이언 오거나이저’를 최초의 PDA로 손꼽는다. 한 줄짜리 흑백 액정 화면과 8비트 프로세서, 2킬로바이트(KB) 램을 장착한 이 기기는 일정 주소록 명함 등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PIMS(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기능을 지원했다. 현재 사용되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핵심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PDA, 즉 터치스크린이 달렸고 정장 안쪽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를 가진 기기의 시초는 애플이 1993년 내놓은 ‘뉴턴 메시지 패드’다. 당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스컬리는 1992년 1월 CES(소비자 가전전시회)에서 이 제품을 소개하며 PDA라는 용어를 썼다.

하지만 다른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의 개발팀은 해고하지 않고 유지했는데 이들이 훗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하는 핵심 인력이 됐다.
PDA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것은 팜(Palm)이 1996년 선보인 ‘팜 파일럿’이다. 한국에 PDA가 정식 수입된 것도 이즈음이다. 이 회사가 만든 운영체제(OS) ‘팜 OS’는 한때 PDA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얼리 어답터’들에게 사랑받았던 소니 PDA ‘클리에’도 팜 OS를 내장했다.
하지만 PDA는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줬다. 2002년 리서치인모션(현재 블랙베리로 사명 변경)이 내놓은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시장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2007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은 PDA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PDA 업체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갔고 현재 PDA란 이름으로 나오는 기기는 없다.
◆꾸준히 쓰는 게 중요
기자는 2010년부터 스마트폰으로 일정 관리를 하고 있다. 과도기를 거쳐 4년 전부터 구글 캘린더에 정착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양쪽에서 모두 쓸 수 있다는 점이 유용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에서 입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 다이어리는 일정을 적어두더라도 펼쳐보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알림 기능을 설정하면 그럴 위험도 없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각종 인터뷰, 간담회, 식사 약속 등을 잊지 않기 위한 용도로는 충분한 것 같다.
급하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할 목적이라면 아직까진 종이 다이어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에버노트’ 같은 앱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메모를 정리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라면 문자만 작성할 수 있는 스마트폰보다 마음대로 선도 긋고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는 종이 다이어리가 한결 편하게 느껴진다.
종이 다이어리든 스마트폰이든 자신의 일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은 똑같다. 올해는 작심삼일로 끝내지 말고 어디에든 꾸준히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